[전자신문] 대출 못 받아 신용 못 쌓는 악순환…서민 신용평가 사각지대 메운다

금융이력 없는 청년·주부·고령층 상환능력 재평가
제도권 진입해 정상 금융이력 쌓을 기반 마련
저축은행·상호금융 공유…중금리대출 확대 뒷받침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사진= 서민금융진흥원 제공]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사진= 서민금융진흥원 제공]
금융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에서 탈락하고, 대출받지 못해 다시 신용 이력을 쌓을 수 없는 서민층의 악순환을 끊는 신용평가 체계가 마련된다. 단순히 대출 승인 대상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권 금융에서 정상적인 상환 기록을 만들 기회를 제공해 중·저신용자가 더 낮은 금리로 이동할 수 있는 ‘신용 사다리’를 놓는 것이 핵심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은 통신·공공·행동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중·저신용자의 상환 가능성을 평가하는 서민 대안 신용평가(CB) 체계를 마련한다. 미취업 청년과 주부, 퇴직 고령층 등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 평가모형과 정책서민금융 이용자 가운데 민간 금융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차주를 가려내는 제도권 안착 모형을 함께 개발한다.

현재 신용평가 체계에서는 금융 이력이 대출을 받기 위한 조건인 동시에 대출을 받아야 쌓을 수 있는 결과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소득과 상환 의지가 있어도 카드나 대출 이용 기록이 부족하면 위험을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대출이 거절되기 쉽다. 제도권 진입에 실패하면 정상적인 상환 실적을 만들지 못해 고금리 금융에 머물 가능성도 커진다.

대안 CB는 이 같은 출발선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기존 심사에서 탈락한 차주라도 통신요금 납부와 공공정보, 생활·거래정보 등을 통해 상환 가능성이 확인되면 제도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후 성실 상환 기록이 축적되면 신용평가 개선과 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여지가 생긴다. 실제 위험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하다 상환 여력이 약해지고 다시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는 악순환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다.

정책서민금융 이용자가 민간 금융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도 넓어진다. 서금원은 정책서민금융 이용자 가운데 상환 능력이 확인돼 제도권 금융에 안착할 수 있는 차주를 별도로 선별하는 모형을 개발한다. 정책상품 이용 과정에서 확인된 상환능력을 토대로 민간 금융회사의 대출 심사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정책금융에 머물던 차주가 정상적인 금융거래 이력을 이어갈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금융회사에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릴 수 있는 심사 기반이 된다. 서금원은 대안 CB를 자체 평가모형 개발 여력이 부족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에 공유한다. 금융회사가 저신용자 가운데 잠재 우량차주와 부실 위험이 큰 차주를 정교하게 구분하면 건전성을 관리하면서 신규 중금리대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금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약탈적 대출’과 제도권 금융 배제를 기존 정책금융이 제대로 막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포용금융 확대를 금융개혁 방향으로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를 31조9000억원으로 정하고, 금융소외계층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신용평가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서금원 관계자는 “신용평가는 금융거래와 상환 실적이 축적되면서 신용평점이 형성되는 구조”라며 “씬파일러는 금융 이력이 부족해 정상적인 금융 이용에서도 소외될 수 있는 만큼 비금융 정보를 최대한 반영해 금융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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