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크립토퀵서치] VASP 신고 심사 강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IT동아 한만혁 기자]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20일부터 시행됩니다. 개정 특금법의 하위 규정인 시행령, 감독규정을 구체화한 것으로, 그동안 대표자와 임원으로 한정됐던 심사 대상이 대주주까지 확대되고, 조직, 인력, 전산설비 등 법령준수체계도 심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디지털자산 이전 시 송수신자 신원 정보를 제공하는 트래블룰도 거래 금액과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이번 시간에는 특금법 시행령 개정 배경과 주요 변경 내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시장 상황 고려해 엄격한 진입 규제 도입

국내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디지털자산의 매매, 교환, 보관, 관리 등 사업을 하려면 특금법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VASP 신고를 완료해야 합니다. 이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확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등 최소한의 요건을 갖췄는지 사전에 확인해 부적격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걸러내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VASP 신고 심사는 대표자와 임원의 범죄 이력만 확인했습니다. 실질적으로 VASP를 지배하는 대주주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죠. 이에 범죄 이력이 있는 인물이 대주주 지위를 통해 우회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것이 이번 특금법 개정의 배경입니다. 지난 8월 13일 FIU와 금융감독원이 공동 개최한 개정 신고매뉴얼 설명회에서 하주식 FIU 제도운영기획관은 “최근 디지털자산 시장은 국민 경제생활과 금융시장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는 시장으로 성장한 만큼 VASP 신고제를 막 도입했던 2021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라며 “시장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및 대주주 건전성을 진입 단계부터 철저히 점검, 심사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개정 특금법은 지난 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월 19일 공포됐습니다. 세부 사항을 구체화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3월 입법예고된 뒤 8월 1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으며, VASP 신고제와 퇴직자 제재조치 통보는 8월 20일, 그 외 조항은 시행령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됩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대주주까지 심사, 조직·인력·전산설비 갖춰야

이번 개정안은 신고 심사 대상을 대표자, 임원에서 대주주까지 확대했습니다. 대주주는 최대주주와 주요주주(▲10% 이상 지분권자 ▲대표이사나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한 주주)를 말하며,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주주를 비롯해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와 대표자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재무 요건도 확인합니다. VASP와 대주주 모두 ▲부채비율 200% 이하를 유지해야 하며 ▲최근 3년간 채무불이행 이력이 없어야 하고 ▲부실 금융기관에 해당하거나 금융관계법률에 따라 인허가나 등록이 취소된 이력이 없어야 합니다. 단 기존 VASP는 부채비율 요건에 대해 1년간 적용이 유예됩니다.
또한 대표자와 임원은 미성년자나 피성년후견인이 아니어야 하고, 파산 선고 후 복권되지 않은 상태,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임명될 수 없습니다. 다만 대주주의 경우 법률 위반이 경미하거나 양벌규정으로 처벌받은 때에는 결격사유에서 제외됩니다.
법령준수체계 심사도 새로 도입됐습니다. VASP는 ▲디지털자산 거래에 대한 전문성, 건전성을 갖춘 인력과 조직 ▲전산설비, 보안설비, 보완설비 등 물적 설비 ▲디지털자산 거래 업무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한 내부통제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신고매뉴얼에 따르면 자금세탁방지 업무 종사 인력은 4명 이상을 기본으로 하되 준법감시인의 전문성을 함께 확인하며, 사업 형태와 조직 규모에 따라 겸직도 인정됩니다. 고유식별정보나 개인신용정보를 처리하는 전산설비는 원칙적으로 국내에 둬야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서버가 국내 리전에 위치하면 국내에 둔 것으로 인정됩니다. 종전에는 이러한 법령준수체계를 서류로만 확인했지만, 앞으로는 불수리 사유에도 해당하는 만큼 필요시 현장점검을 통해 실제 운영 여부까지 심사할 계획입니다. 단 기존 VASP는 조직, 인력, 전산설비, 내부통제체계 요건에 대해 1년간 적용이 유예됩니다.

트래블룰, 전체 거래로 확대

트래블룰 적용 범위도 전면 확대됩니다. 기존에는 100만 원 이상 디지털자산을 이전할 때만 정보 제공 의무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이전 거래에 정보 제공 의무가 적용됩니다. 디지털자산을 받는 사업자는 거래 정보가 누락된 경우 상대 사업자에게 정보를 요청하거나 거래를 거절해야 합니다. 이는 쪼개기 송금을 통한 자금세탁 추적 회피를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해외 사업자나 개인지갑과 거래하는 경우에는 위험도에 따라 거래 허용 범위가 차등 적용됩니다. 저위험으로 분류된 해외 거래소로의 이전은 그대로 허용되지만, 그 외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은 송신인과 수신인이 동일인임을 확인해야 거래가 허용되며, 고위험으로 분류되면 거래 자체가 금지됩니다. 1000만 원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VASP가 자체적으로 의심거래 관리체계를 구축, 운영해야 합니다.
이는 다수의 출처 불명 개인지갑으로 자산을 분할 출고한 뒤 특정 지갑으로 다시 모으는 사례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피해금으로 추정되는 자금이 자금세탁 규율이 미비한 고위험 해외 거래소로 이체되는 사례 등 자금세탁 사례를 방지하고 디지털자산 이전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변경신고, 변경 30일 전 신고로 전환

변경신고 제도도 바뀝니다. 대주주와 법령준수체계 관련 변경 사항의 경우 기존에는 변경 후 14일 이내 사후 신고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변경 30일 전 사전 신고로 전환했습니다. 대주주와 법령준수체계 관련 변경 사항은 신고 불수리와 직권말소 사유에 해당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신고해야 합니다. 변경신고 기한의 기산점도 명확해졌습니다. 실제 변경일을 기준으로 하되 상호나 사업장 소재지는 등기부상 변경일, 연락처는 실제 개통일, ISMS 인증은 인증서 수령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은 계약 개시일을 기산점으로 정했습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진입 문턱 높아지지만 이용자 자산 보호 수준은 강화

지금까지 특금법 시행령 개정의 배경과 주요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단기적으로는 신규 VASP의 등록이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입니다. 기존 VASP도 재무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법령준수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갱신 신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트래블룰이 강화되면서 소액 이전까지 거래 정보를 확인하고 자금세탁방지 인력과 전산설비를 새로 갖춰야 하는 만큼 부담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불편이 예상됩니다. 고위험으로 분류된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과의 거래는 제한되거나 절차가 까다로워질 수 있고, 1000만 원 이상 거래를 자주 하는 이용자는 거래소의 의심거래 모니터링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적격 사업자가 걸러지면서 시장 전반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소를 지배하는 대주주까지 검증받고, 조직과 인력, 전산설비까지 갖춘 VASP를 이용하게 되는 만큼 자산 보호 수준이 한층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트래블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액 거래까지 확대 적용되고 해외거래소, 개인지갑 거래에 위험도별 차등 관리가 도입되면서 자금세탁이나 불법 자금 이동을 걸러낼 가능성이 커집니다. 제도 초기에는 다소 불편이 있겠지만 조금만 감수하면 보다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구체적인 내용이나 첨부파일은 아래 [IT 동아] 사이트의 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