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대한약사회 “의약품 배송 전면 확대 철회하라”

대한약사회는 정부의 의약품 배송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20일 광화문에서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 약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사진=연합뉴스, 대한약사회)
대한약사회는 정부의 의약품 배송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20일 광화문에서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 약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사진=연합뉴스, 대한약사회)
대한약사회가 정부의 의약품 배송 확대 방침에 반발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약물 오·남용 방지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송 대상을 확대하면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는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 인근에서 약사와 약학대학생 등이 참여한 가운데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 약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검증 없는 약 배송 확대를 즉각 중단하라” “플랫폼 영리 행위를 규제하고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을 사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무분별한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 정책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약사회는 정부가 약물 오·남용을 막고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과 인프라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의약품 배송 전면 확대를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회는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만 의약품 재택 수령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12월 시행될 개정 의료법은 의약품 재택 수령 대상을 섬·산간·벽지 거주자와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20일 의약품 배송 대상을 전체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을 비롯한 관계 부처와 약사단체, 비대면진료 중개업체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도 운영하기로 했다.

약사회는 정부 방침이 의약품 배송을 중개하는 민간 플랫폼에 특혜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의료쇼핑과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고 불필요한 진료와 처방을 늘려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백건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장도 “민간 배송 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되거나 다른 사람의 약과 뒤바뀌는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개인 의료정보가 민간기업의 데이터베이스에 무방비로 축적되고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이 스마트폰 하나로 전문의약품을 대량 구매하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환자·소비자단체는 의약품 배송이 비대면진료의 실효성을 높이고 의료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며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비대면진료는 의약품 수령까지 포함해야 완성된다”며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함께 제도화해 소비자의 의료·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단체 역시 의약품 오·남용과 특정 플랫폼의 과도한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다. 안전한 배송체계를 구축하고 플랫폼의 불공정한 유인·알선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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