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아스트로젠 “안전성 앞세운 자폐 치료제 개발…뇌 발달 골든타임 지킬 것” [SBA 글로벌]

[SBA X 동아닷컴 공동기획]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창업의 요람 서울창업허브를 운영한다. 유망 스타트업을 투자자와 함께 선발하고, 창업지원 전문가와 전문기관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더해 이들의 성장을 이끈다. 대·중견 기업과 스타트업의 동반 성장을 이끄는 개방형 혁신도 포함한다. 동아닷컴은 서울시, SBA와 함께 서울창업허브 공덕에서 두각을 나타낸 우수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제한적이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신경발달 질환이다. 대개 만 2세 전후 증상이 나타나며, 최근 유병률이 3% 내외로 증가하면서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법이 다를 수 있으나, 조기에 적절한 개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적인 기능 향상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만 5세 미만에게 허가된 핵심 증상 치료제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증상을 보이는 영유아는 높은 치료 비용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특수 치료나 비과학적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황수경 아스트로젠 대표 / 출처=아스트로젠
황수경 아스트로젠 대표 / 출처=아스트로젠

아스트로젠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핵심 증상 치료제 후보 ‘스페라젠(AST-001)’을 개발 중인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아스트로젠은 스페라젠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통해 장기 안전성 및 핵심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올해 식약처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으며,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또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제와 더불어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 치료제 등 신경질환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환자의 사회 활동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약물 투여 전후의 삶까지 돌보는 동기부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한다.

기존 치료의 한계…골든타임의 공백

황수경 아스트로젠 대표는 소아신경과 전문의로서 발달장애·유전질환 환자들을 최전선에서 진료하며, 현장에서 치료제 부재의 현실을 직접 경험했다. 황수경 대표는 “가까운 가족이 신경계 질환을 겪는 경험 등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했고 무력감을 느꼈다”며,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치료제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신약 개발을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사명처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스트로젠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핵심 증상(사회성, 의사소통 결핍)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치료제는 세계적으로 허가된 적이 없다. 현재 유일하게 허가된 리스페리돈(Risperidone)이나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 같은 항정신병 약물은 환자의 불안이나 공격성 같은 동반 증상을 완화하는 목적으로만 제한되어 사용된다.
문제는 치료의 ‘골든타임’에 발생하는 공백이다. 영유아 시기는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 가장 높은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로, 이 시기에 중재를 받으면 신경회로의 형성과 재조직화가 유도되어 장기적인 기능 향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폐 치료의 예후도 조기 치료가 결정적이다. 그러나 기존의 항정신병 약물은 만 5세 미만에게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2세부터 진단이 가능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들은 핵심 치료 시기에 치료제 공백을 겪게 된다. 황수경 대표는 “아스트로젠은 부모와 의료진에게 가장 큰 절망으로 남아온 이 치료 공백기를 메우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자폐 핵심 증상 치료제 후보 ‘스페라젠’

아스트로젠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제 후보 ‘스페라젠(AST-001)’을 개발 중이다 / 출처=아스트로젠
아스트로젠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제 후보 ‘스페라젠(AST-001)’을 개발 중이다 / 출처=아스트로젠
아스트로젠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제 후보 ‘스페라젠(AST-001)’이다. 아스트로젠은 2019~2021년 연구자 임상시험을 거쳐 스페라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고, 2020~2024년 총 4건의 임상시험(1,2,3상+2상 연장시험)을 완료했다. 스페라젠은 2024년 4월 식약처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아스트로젠은 2025년 6월 식약처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해 현재 심사 과정에 있다. 황수경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아 환자(총 320명)를 대상으로 장기 안전성 및 핵심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한 임상시험 사례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로젠이 핵심 증상 치료제 개발이라는 어려운 길에서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황수경 대표가 임상 현장에 있었다는 점이 주효했다. 그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어떤 부분을 가장 힘들어하는지 명확히 알았다”고 말했다. 특히 아스트로젠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성이 검증된 성분을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 황수경 대표는 “사회성과 의사소통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물질을 발견했다. 안전성이 입증된 물질이었던 덕분에 대학병원 윤리위원회(IRB) 허가를 받아 연구자 임상시험(IIT)을 진행할 수 있었고, 이후 정식 임상 시험을 빠르게 진행해 허가 시기를 단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스페라젠은 자폐 아동의 핵심 증상을 표적하고, 만 2세부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과 차별화된다. 황수경 대표는 “자폐 아동의 뇌는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생성된 시냅스를 정리하는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 과정이 원활하지 않은데, 스페라젠은 뇌 가소성을 활성화해 이를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뇌 가소성이 가장 활발한 초등학교 입학 전 영유아기가 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 골든타임이다. 이때 치료제가 투입될 경우, 사회성이 정상 범위까지 회복되는 사례가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아스트로젠은 임상시험 등록 과정에서 환자들의 절실함과 더불어 신약의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황수경 대표는 “태어나서 눈맞춤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아이가 처음으로 부모를 바라보고, 말을 못 하던 아이가 첫 단어를 내뱉었다. 핵심 증상 외에도 환자들의 불안과 예민성이 감소하고, 전반적인 일상생활이 개선됐다”며, “보호자들은 임상 종료 후에도 약의 유효성을 지속하기 위해 소명서까지 제출할 정도로 만족감을 보였다”고 밝혔다.

신약 개발 넘어선 사회적 책임…자조 교육 프로그램 제공

아스트로젠은 신약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환자들이 약을 투여받기 전후의 삶 전체를 돌보는 장기적인 목표를 지향한다 / 출처=아스트로젠
아스트로젠은 신약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환자들이 약을 투여받기 전후의 삶 전체를 돌보는 장기적인 목표를 지향한다 / 출처=아스트로젠
아스트로젠은 신약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환자들이 약을 투여받기 전후의 삶 전체를 돌보는 장기적인 목표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올해 4월부터 ‘스텔라 스텝스(Stellar Steps)’를 개소해 자폐·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한 자조·자립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황수경 대표는 “중증 발달장애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인지 향상보다 삶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 그리고 일상생활 동작 능력의 수행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텔라 스텝스에서는 보호자 없이 혼자 씻고, 옷을 입고, 간단한 집안일을 하는 등 일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을 연습하도록 돕는다. 나아가, 직업 마련을 지원하고, 보호자에게는 정서적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황수경 대표는 성인기 이후 부족한 지원 시스템을 지적하며,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자폐 장애인의 평균 수명은 23.8세로, 모든 장애를 통틀어 수명이 가장 짧다. 이는 다른 선진국(스웨덴 53.8세, 캐나다 46.2세) 대비 낮은 수치로, 성인기 이후 취약한 지원 시스템의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자폐 장애인을 고용한 사례를 소개하며, “자폐 장애인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표현력, 사회성, 인지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한계를 두지 말고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추진…’선한 영향력 확장’ 목표

스페라젠 개발 여정 / 출처=아스트로젠
스페라젠 개발 여정 / 출처=아스트로젠
2017년 설립된 아스트로젠은 올해 9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되며 단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페라젠의 식약처 품목 허가 완료를 기반으로 2026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또한 미국, 중국, 중동 등 글로벌 진출도 병행 중이다. 특히 정부 주도의 대규모 보건 투자가 활발한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의약품 유통 대기업과 대규모 계약을 협의 중에 있다.
아스트로젠은 중추신경 질환 전반으로 후속 파이프라인을 체계적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IPO도 준비 중이다. 자폐 환자의 80%가 ADHD를 동반한다는 점에 착안해, 2026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부작용이 적은 비자극 ADHD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또한 레트증후군(두위 발달 감소와 함께 습득했던 인지 및 운동·언어 기능 상실을 보이는 질환), 파킨슨병 등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 개발도 추진 중이다.
아스트로젠의 성장 배경에는 서울경제진흥원(SBA) 서울창업허브의 지원이 있었다. 황수경 대표는 “서울창업허브는 서울 지역 직원들을 위한 실용적인 업무 공간을 지원하고, 액셀러레이팅, 교육, 컨설팅 등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토대를 마련해 줬다. 또한 입주한 기업들과의 협업 및 성장의 기회도 제공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황수경 대표는 “성장을 단순한 재무적 수치가 아닌 ‘선한 영향력의 확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강조했다. 또한 “아스트로젠은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발달장애 청소년과 보호자를 지원하는 사회적 연계를 통해 환자와 가족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찾아주고 싶다”며, “과학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끊임없이 만들고, 빈틈을 채우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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