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왜 AI 써도 칼퇴 못할까…표류하는 AI 세상에서 중심 잡는 법
2026년 03월 27일
[IT동아 김예지 기자] 기업들이 AI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연 ‘생산성 향상’이다. 생성형 AI는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의사결정을 돕는다. 글로벌 빅테크는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신할 AI 혁명을 약속하는 듯 보인다.
![[IT 동아] 왜 AI 써도 칼퇴 못할까…표류하는 AI 세상에서 중심 잡는 법 1 최근 연구는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업무량을 오히려 증가시킨다고 지적한다 / 출처=셔터스톡](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27/e37700a458fa4ff5-thumbnail-1920x1080-70.jpg)
그러나 긍정적인 전망의 이면에는 부작용과 의구심도 공존한다. 가트너(Gartner)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는 AI 확산이 초래할 수 있는 생산성의 역설을 지적했다. AI가 시간 효율을 높여주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업무 하중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AI가 업무 속도를 높이는 만큼 직원의 핵심 역량을 퇴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인간과 AI 사이의 명확한 역할 분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속화되는 AI 도입
최근 기업들은 AI 챗봇을 넘어 AI 에이전트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는 반복 업무 시간을 단축해 직원이 더욱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특히 개발 현장에서의 체감 속도는 더 빠르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한 개발자는 “AI로 6개월이 걸리던 웹앱을 6주 만에 만들었다”며, API 호출 작업의 편의성 등을 높게 평가했다. 회의 요약, 일정 관리, 이미지 생성 등 다양한 도구들이 일상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AI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2025년 537억 달러(약 81조 원)를 기록했고, 2035년에는 약 9884억 달러(약 1490조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의 63.5%가 생성형 AI를 활용 중이며, 업무용 활용률 역시 50%를 상회한다. 이번 가트너 조사에서도 기업의 25%가 AI를 전사적으로 활용 중이며, CIO의 69%는 AI로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인원 감축 또한 1인 생산성 증대에 따른 결과물 중 하나로 풀이된다.
깎아먹는 역량, 늘어나는 업무 급증 현상
![[IT 동아] 왜 AI 써도 칼퇴 못할까…표류하는 AI 세상에서 중심 잡는 법 2 AI 활용은 생산성을 높여주지만, 업무 과정에서 마찰을 증가시킨다 / 출처=가트너](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27/00e2375a679848e8-thumbnail-1920x1080-70.jpg)
그러나 통계적 수치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AI 도입이 매출·부가가치 등 성과 측면에 영향을 줬지만, 총요소생산성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효과가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자체의 발전에만 자본이 쏠리며, 혜택이 특정 영역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트너는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업무량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워크 서지(work surge)’ 현상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AI가 시간을 아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업무와 마찰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무 범위 밖의 일을 처리한다’는 응답은 27%에서 42%로, ‘새로운 프로세스를 직접 설계해야 했다’는 응답은 27%에서 48%로 급증했다. ‘업무량이 계속 늘어난다’는 응답도 36%에서 49%로 증가했다.
![[IT 동아] 왜 AI 써도 칼퇴 못할까…표류하는 AI 세상에서 중심 잡는 법 3 AI로 인한 업무 증가 유형 / 출처=가트너](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27/60c40721a3ec45a8-thumbnail-1920x1080-70.jpg)
보고서는 AI로 인한 업무 증가 유형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AI의 저품질 결과물을 처리하고 정리하는 노동인 ‘AI 슬롭(slop)’ ▲AI 도구 설정과 신뢰성 검증 등 운영 부담인 ‘AI 오버헤드(overhead)’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되 재설계가 필요한 ‘AI 세렌디피티(serendipity)’다. 결국 AI는 새로운 형태의 일을 만들기에 AI 도입이 곧 ‘칼퇴’를 보장하지 않는 셈이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도 이러한 시각이 공감을 얻는다. “AI가 초반 80~90%는 빠르게 만들지만, 실제 제품화 과정과 같은 핵심 작업 10~20%를 완성하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 통용된다. AI가 대량 생성한 코드를 시스템에 통합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코드가 쌓이는 ‘이해 부채’가 생긴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는 인간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한편, AI 도입 후 앱 신규 등록은 증가했으나, 정작 유용한 고품질 앱은 부재하고 실질적 이익은 미미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생산성 지표보다 경계해야 할 지점은 인간 역량의 퇴화(skill atrophy)다. 가트너는 AI 확산이 업무을 높이는 동시에 직원의 핵심 역량을 약화시키는 새로운 리스크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품질 엔지니어링, 문제 해결, 협업과 갈등 조정 같은 인간 고유 영역을 AI에 과도하게 의존할수록 실무를 통한 학습 기회가 줄어들고, 대인 관계 능력도 녹슨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러한 역량 퇴화를 식별하고 방지할 전략을 갖춘 조직은 41%에 불과했다.
AI 시대, 현명하게 대응하려면
![[IT 동아] 왜 AI 써도 칼퇴 못할까…표류하는 AI 세상에서 중심 잡는 법 4 직원 역량 약화에 대응하는 방안 / 출처=가트너](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27/3559d112ffbe4cba-thumbnail-1920x1080-70.jpg)
물론 이러한 흐름은 피할 수 없다. 과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그랬듯, 기술의 효용이 단점을 넘는 순간 인간은 그에 맞춰 적응하기 마련이다. 향후 AI는 지적 노동을 수행하는 초개인화 도구를 넘어 물리적 영역까지 범위를 넓힐 전망이다. 누구나 맞춤형 앱을 제작하고 AI를 무기 삼아 업무를 내재화하는 시대에는 아이디어가 최고의 경쟁력이 된다.
중요한 것은 AI가 가치 중심의 의사결정이나 비판적 사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가트너는 미래 IT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기술적 실행보다 지적 실험과 오케스트레이션(조율) 능력을 꼽았다. 특히 혁신 및 문제 해결 능력(52%), 비판적 사고(45%), 협업(41%)이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필수 역량 상위권에 올랐다.
기업은 AI 도입 속도에 발맞춰 인간 역량을 보존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인간과 AI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보고서는 자동화 프로세스 내에 인간의 판단 지점을 남겨두고, 직원이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실무 경험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쓰는 건 단기적으로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 역량을 갉아먹는다. 가트너는 2028년까지 엔지니어링 기업의 80%가 생산성 외에 ‘창의성’과 ‘혁신’ 지표를 별도로 측정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개인 역시 AI 결과물을 검증 없이 수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AI는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드는 도구’일 뿐, ‘내 판단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다. AI가 내놓은 답이 올바른지 의심하고 자신의 언어로 다듬는 과정에서 전문성은 완성된다.
결국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AI 시대에 더욱 유효하다. 현명하게 AI를 활용한다는 것은 AI에게 생각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확보한 시간에 더 깊이 고민하고 답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AI보다 더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AI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을 더 예리하게 벼리는 것에 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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