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지노 발리스트레리 HP UAV 총괄 “한국 드론 시장, 신속·신뢰·혁신성 돋보여”

[IT동아 남시현 기자] 개인용 프린터의 시작은 1984년 HP가 세계 최초의 데스크톱용 레이저 프린터, 대량생산된 개인용 잉크젯 프린터를 출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레이저와 잉크젯 기술은 우수한 인쇄 품질과 그래픽 기능, 조용하고 낮은 전력 소비를 앞세워 직렬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 시대를 끝냈다. 1988년에는 가정용 잉크젯인 ‘데스크젯’을 출시해 대중화를 이뤄냈고, 1994년에는 프린터와 팩스, 복사 기능을 합친 최초의 복합기를 내놓아 사무업계의 근간을 바꿔놓았다. 지금도 HP는 전 세계 프린터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며 인쇄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민간에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HP는 산업용 3D 프린팅 업계에서도 강자로 통한다. HP는 2014년 기존 3D 프린팅보다 10배 빠르고 정교한 멀티젯 퓨전 기술을 공식 발표하며 산업용 3D 프린팅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2016년에 첫 상용 제품은 HP 젯 퓨전 3D 4200 시스템을 출시해 산업용 프린팅 시장 내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금속 소재를 출력하는 HP 메탈 젯 기술을 발표했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소품종 대량생산, 3D 제품에 대한 산업용 양산 설루션으로 종주 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노 발리스트레리(Gino Balistreri) HP 무인시스템 총괄을 드론쇼코리아 2026 현장에서 만났다 / 출처=IT동아
지노 발리스트레리(Gino Balistreri) HP 무인시스템 총괄을 드론쇼코리아 2026 현장에서 만났다 / 출처=IT동아

한편 2023년 이후 드론과 로봇 기술, 뉴스페이스 시장에 대한 산업 전반의 관심이 커지면서 HP에서도 실질적인 적층 제조 방식 도입을 지원하는 ‘HP 무인 시스템’ 부서가 설립된다. 지노 발리스트레리(Gino Balistreri) HP 무인시스템 총괄(Head of Unmanned Systems at HP)은 HP의 UAV 관련 지원 부서를 직접 설립하고 드론 관련 산업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한국을 찾은 지노 발리스트레리 총괄과 HP의 UAV 산업 지원 현황과 멀티 젯 퓨전(이하 HP MJF) 적층 제조 기술에 대한 대담을 나눠봤다.

“HP 멀티 젯 퓨전 기술로 3D 프린팅의 산업 가능성을 개척하다”

지노 발리스트레리 총괄은 2018년 HP 3D 프린팅 글로벌 프로덕트 매니저로 합류해 3D 프린팅 신규 시장 리더를 맡았고, 2023년에는 동료와 함께 두 명이서 HP 무인 시스템 팀을 직접 설립하고 이끌고 있다. 이에 앞서 2015년에는 네덜란드 국방부에서 EU 내 최초로 지상군 시스템용 예비 부품 생산에 적층 제조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연구 조사를 실시한 이력도 갖고 있다. 그에게 HP 무인시스템 부서의 창립 배경과 팀에 대한 소개를 먼저 부탁했다.

HP UAV 팀은 항공 엔지니어와 세그먼트 매니저, 드론 디자이너 등 다양한 업계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 출처=IT동아
HP UAV 팀은 항공 엔지니어와 세그먼트 매니저, 드론 디자이너 등 다양한 업계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 출처=IT동아
지노 발리스트레리 총괄은 “앞서 전 세계 기업들의 요청에 맞춰 3D 프린팅 기술을 지원해오고 있었고, HP MJF 기술의 가능성과 이를 활용한 부품의 요건을 파악한 뒤 2023년 동료 한 명과 함께 HP 무인 시스템 팀을 만들었다. 우리 팀은 항공 우주 엔지니어와 세그먼트 매니저가 주축이며 글로벌 고객을 만나 3D 제품에 대한 추세를 파악하고 요구사항에 맞춘 제품을 제안한다. 또 고객 요청에 맞춰 제품을 구성하는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 드론 디자이너 등도 있다”면서, “모든 팀원이 발맞춰 3D 적층 제조 기술을 꾸준히 개선 중이며 시장 특성과 요구에 맞춘 고품질의 결과물을 안정적이고 일관적으로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HP 무인 시스템 팀은 전 세계 어디서든 드론의 위탁 생산부터 콘셉트만 가지고 디자인하고 실제 비행에 이르는 인쇄 방안, 대량 생산에 이르는 완전히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HP MJF 기술 전문가가 HP UAV 팀 주요 협력 기업인 니나노컴퍼니 임직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출처=IT동아
HP MJF 기술 전문가가 HP UAV 팀 주요 협력 기업인 니나노컴퍼니 임직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출처=IT동아
HP의 산업용 3D 프린팅 ‘멀티 젯 퓨전’은 어떤 기술일까.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FDM 방식 프린터는 특정 방향으로 결이 있어 강도가 떨어지고, 대량생산이 어렵다. 시제품 등을 저렴하게 소량으로 생산하기 좋은 방식이다. 반면 MJF는 HP 3D 하이 리유저빌리티 PA12라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하고 X, Y, Z 축 모든 방향에 대한 강도가 균일하다. 덕분에 항공, 방산, 의료 등 분야의 설계 부품을 소규모 대량 생산할 수 있다. HP MJF는 3D 프린팅이긴 하나 대량생산, 양산 품목을 다루는 만큼 ‘HP 에디팅 매뉴팩처링 설루션’으로도 부른다.
지노 발리스트레리는 “MJF는 대량 양산이 가능하고 얇고 가벼우며 내구성이 높은 특성이 있어 무인 시스템 시장에서 선도적인 설루션으로 부상했다. 기존의 항공 산업은 수십 년 간 고착화된 방식으로 제품을 제조해오고 있는데, MJF로 제조에 대한 접근 방법이 바뀌고 있다. 특히 3D 설계를 즉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 투입 비용대비 효과, 신속성 측면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한 번 인쇄할 때 여러 구조물을 복잡하게 구성하는 식으로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 출처=IT동아
한 번 인쇄할 때 여러 구조물을 복잡하게 구성하는 식으로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 출처=IT동아
그렇다면 대규모 양산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지노 발리스트레리는 “각 조건에 따라 몇 퍼센트가 효율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드론의 형태나 비행 방식, 양산 규모에 따라 다 다르다. 앞서 드론쇼 코리아서 발표한 내용으로는 프린터 한 대로 1년에 최대 18만 개의 모터 마운트를 생산할 수 있다고 소개했고, 쿼드 콥터 기준으로도 6만 대까지 가능하다. 이때 기체 단일 인쇄 비용은 대당 10달러(약 1만 4650원) 이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드론 산업은 설계의 속도가 매우 빠르게 바뀐다. 3D 프린터로 연간 몇 만대씩 만들어내는가도 중요하지만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즉시 디자인을 바꿀 수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항공기 동체는 압출 방식으로 몸체를 만들고, 그 위에 세미-모노코크 방식으로 알루미늄 패널을 입힌다. 탄소섬유 복합재는 금형과 비슷하게 틀에 탄소섬유를 붙이고 고온, 고압으로 성형한다. 이렇다 보니 한번 생산 라인을 갖추면 부분 수정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HP MJF는 인쇄도만 바꾸면 즉시 설계를 바꿀 수 있다.

최소 0.5mm 두께로 구성할 수 있으며 0.8mm 정도면 비행 가능한 동체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신뢰성 있는 재질이다 / 출처=IT동아
최소 0.5mm 두께로 구성할 수 있으며 0.8mm 정도면 비행 가능한 동체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신뢰성 있는 재질이다 / 출처=IT동아
기술 신뢰도와 관련해서는 출시 10년이 지나 안정 단계라고 답했다. 지노 발리스트레리는 “2016년 출시 이후 인쇄 기술도 꾸준히 고도화되고 있고, 제너럴 모터스와 같은 주요 완성차 업체도 우리의 기술을 자동차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인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드론 산업이 자동차에 비해 신생 산업이긴 하나, 품질 요구치는 자동차만큼 까다롭다. 이에 고객과 함께 테스트 단계부터 적극 참여하고, 고객이 원하는 설계대로 나오고 비행이 가능한지 초기부터 상품화 단계까지 면밀히 모니터링한다. HP MFJ를 활용한 비행 동체 제작은 개념증명이 아닌 시장에서 직접 활용하고 그 신뢰성까지 입증된 기술”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UAV 혁신성 인상적··· 협력사도 꾸준히 늘어”

지노 발리스트레리는 지난 2월 말 개최된 드론쇼코리아 2026(DSK2026)에서 ‘더욱 스마트하게 제작하고, 더욱 멀리 비행하기: 차세대 무인 항공기에서 적층 제조의 역할(Building Smarter, Flying Further: The Role of Additive Manufacturing in Next-Generation UAVs)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고, 직접 박람회에 참관해 국내 파트너사나 시장 관련 조사도 진행했다.

지노 발리스트레리 HP 무인시스템 총괄이 DSK2026 세션에서 HP MJF 및 UAV 사업 관련 발표를 진행했다 / 출처=IT동아
지노 발리스트레리 HP 무인시스템 총괄이 DSK2026 세션에서 HP MJF 및 UAV 사업 관련 발표를 진행했다 / 출처=IT동아
당시 발표에서는 HP MJF를 활용한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됐다. 예를 들어 드론 기반 배송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정부 비행 규정에 맞추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드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때 HP MJF을 활용하면 부품을 일체형으로 구성해 조립은 더 단순화하고 무게도 줄일 수 있다. 덕분에 설계 자동화로 부품을 48개와 무게도 25%를 줄이고, 4주가 필요한 드론 컨설팅도 4시간으로 줄일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의 비영리기관인 The Eye Above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체공시간이 길고 내구성은 높은 제품을 찾았지만 시중의 제품으로는 이 기준을 맞출 수 없었다. 결국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HP HJF를 활용해 드론을 인쇄했다. 해당 기업이 설계한 드론의 동체 두께는 0.8mm에 불과하며 90%의 부품을 직접 인쇄해 만들었다. HP MJF덕분에 고도의 설계가 반영된 제품을 단일 품종 소량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노 발리스트레리 총괄이 국내 3D 적층 제조 설루션 협력 업체인 링크솔루션 관계자와 UAV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출처=IT동아
지노 발리스트레리 총괄이 국내 3D 적층 제조 설루션 협력 업체인 링크솔루션 관계자와 UAV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출처=IT동아
국내 드론 생태계의 역할도 있다. 지노 발리스트레리는 “2023년 팀을 구성할 시점부터 주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한국을 가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접 방문해 보니 한국에는 정말 많은 드론 제조사가 있고, 지금은 드론용 부품을 우리 기술로 공급하는 협력사들도 많다. 협회나 유관 기관 등도 관심을 갖고 있고, 유비파이나 니나노컴퍼니 같은 기술 기업들은 MJF를 성공적으로 도입함으로써 UAV 산업에 새로운 응용 분야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ESG, 재사용성 측면에서도 만족, 더 넓은 분야에서 활용 기대

현재의 3D 프린트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감점요소가 많다. 일부 기존 3D 프린팅 공정은 불필요한 서포트 구조의 생성이나 소재 활용 효율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HP MJF는 높은 소재 재사용률과 폐기물 최소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적층 제조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노 발리스트레리는 “일반 3D 프린팅과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재사용성이다. 3D 프린팅 시 사용한 파우더는 80%에서 최대 90%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다. 폐기물이 발생하더라도 펠릿 형태로 만들어 다른 제조 공정에 재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재료는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여 생산되므로 탄소 발자국을 최대 49%까지 줄일 수 있다. 드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지속 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HP MJF은 재활용 재료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식으로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인다 / 출처=HP코리아
HP MJF은 재활용 재료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식으로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인다 / 출처=HP코리아
지속가능성 측면을 고려하면 UAV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 지노 발리스트레리에게 HF UAV 팀이 내다보고 있는 시장 범위에 대해서도 물었다. 지노 발리스트레리는 “UAV 분야만 한정해도 고정익기, 수직이착륙기, 인터셉터, 정찰기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뉜다. 드론 역시 사이즈도 다양하고 고객마다 주어진 과제도 제각각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분야나 조건에 맞는 드론에 대한 제작 지원을 우선으로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더 가볍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개발 중이고, 이를 바탕으로 경계를 확장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MJF으로 인쇄된 제품으로 해저를 탐사하거나, 육상 이동용 장치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므로 확장이 가능한 부분으로 계속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드론 시장은 물론 항공우주, 육상 드론, 자동차 산업 등 전반적인 영역에 HP MJF이 도입되어 시장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을 공유했다 / 출처=HP코리아
그는 국내 드론 시장은 물론 항공우주, 육상 드론, 자동차 산업 등 전반적인 영역에 HP MJF이 도입되어 시장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을 공유했다 / 출처=HP코리아
마지막으로 지노 발리스트레리는 한국의 고객 기업과 시장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지노 발리스트레리는 “한국이 얼마나 혁신에 목마른 지 DSK2026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우리 제품으로 인쇄를 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고객들과 심도 있는 논의도 나눌 수 있었다”라면서 “오랜 기간 HP MJF를 활용해 온 고객 기업들에게 감사하며 이들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이뤄냈는지 하나하나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의 시장은 더욱 성장할 수밖에 없고, HP UAV 팀 모두가 고객 기업의 성공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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