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지역에 머무는 여행, 어떻게 만들까”…에어비앤비가 제주서 내놓은 청사진
2026년 03월 10일
[IT동아 김동진 기자] 에어비앤비가 ‘지역 여행 활성화’를 올해 중점 추진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와 공공기관, 지역 단체, 실제 호스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에서 머무는 여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과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IT 동아] “지역에 머무는 여행, 어떻게 만들까”…에어비앤비가 제주서 내놓은 청사진 1 에어비앤비가 제주 서귀포시에서 개최한 비전포럼에 참여한 양경수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 유현준 건축가,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왼쪽부터) / 출처=에어비앤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10/1981a419d5154a03-thumbnail-1920x1080-70.jpg)
에어비앤비는 제주 서귀포시에서 한국관광공사, 유현준 건축가,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함께 ‘대한민국 방방곡곡: 지역에 머물게 하는 공간·콘텐츠·사람’을 주제로 비전포럼을 개최했다.
현장에서 에어비앤비는 국내 지역 여행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를 짚었다. 여행이 특정 관광지와 미식, 호텔 중심으로 반복되며 지역에 오래 머무르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진단이었다. 이어진 논의에서는 전문가와 공공기관, 지역 단체, 실제 호스트들이 참여해 지역 여행을 ‘머무는 여행’으로 바꾸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핵심 키워드는 ‘공간, 콘텐츠, 사람’이었다. 지역에 머물 이유를 만드는 숙소와 경험 콘텐츠, 이를 운영하는 지역 주민과 호스트가 함께 맞물려 움직일 때 비로소 체류형 여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관광이 아니라 삶을 경험하는 여행 필요”
먼저 양경수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 유현준 건축가,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여행이 특별해지는 순간을 이야기했다.
양경수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은 제주에서의 여행 경험을 소개했다.
![[IT 동아] “지역에 머무는 여행, 어떻게 만들까”…에어비앤비가 제주서 내놓은 청사진 2 양경수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 / 출처=에어비앤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10/b0d2d0a0f97540ab-thumbnail-1920x1080-70.jpg)
그는 “사진 촬영이 취미라 매년 계절마다 제주를 방문해 포토스팟을 찾아다닌다. 어느 날 서귀포에서 이동하던 길에 마을 주민들이 바다에서 잡은 것을 즉석에서 구워 먹는 모습을 보고 무엇이냐고 말을 건넸다. 이를 계기로 현장에서 두 시간 넘게 함께 식사를 했다”며 “이전까지 제주에 관광객으로만 왔지 주민들과 교류할 기회는 거의 없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제주 사람들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 더 자주 제주를 찾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유현준 건축가는 해외 경험을 예로 들었다.
![[IT 동아] “지역에 머무는 여행, 어떻게 만들까”…에어비앤비가 제주서 내놓은 청사진 3 유현준 건축가 / 출처=에어비앤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10/f7c4373f659d41d1-thumbnail-1920x1080-70.jpg)
그는 “로마에서 유학할 당시, 한 달 동안 아파트를 빌려 장터에서 재료를 사 직접 요리를 해 먹었었다. 관광객처럼 식당만 찾는 여행과 달리 현지인처럼 생활하며 음식을 만들고 일상을 경험할 때, 비로소 그 지역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며 “지역 여행의 매력은 결국 그 지역의 생활 리듬 속으로 들어가는 데 있다”고 말했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는 충남 공주 여행 경험을 소개했다.
![[IT 동아] “지역에 머무는 여행, 어떻게 만들까”…에어비앤비가 제주서 내놓은 청사진 4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 / 출처=에어비앤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10/b7c96ab583a342a5-thumbnail-1920x1080-70.jpg)
그는 “수학여행 이후 20년 만에 공주를 다시 방문해 한옥스테이에 머물며 커피 로스팅 등을 체험했다”며 “고즈넉한 공간과 체험이 결합된 로컬 여행에 매력을 느꼈고, 결국 공주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져 해당 지역에서 직접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소보다 취향”…변화하는 지역 여행 트렌드
전문가들은 지역 여행이 주목받게 된 배경도 짚었다.
양경수 본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여행 빈도가 증가하면서 여행자들의 경험 수준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여행을 처음 가면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여행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들은 붐비는 명소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찾는다”며 “그 결과 지역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여행자는 다시 지역을 찾는다”고 말했다.
유현준 건축가는 스마트폰과 SNS의 영향도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에는 자동차나 물건처럼 소유한 것으로 자신을 표현했다면, 지금은 경험한 장소와 콘텐츠를 SNS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며 “특히 스마트폰 덕분에 골목의 작은 카페나 지역의 숨은 공간도 쉽게 알 수 있게 됐고,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지역에 대한 장벽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서가연 매니저는 에어비앤비의 등장이 여행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어비앤비는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세상에 등장했다. 숙박이 없던 지역에서도 머무는 여행을 가능하게 했다”며 “덕분에 낯선 지역에서 숙박 고민을 덜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
지역 여행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양경수 본부장은 “안내, 교통, 쇼핑, 숙박 같은 기본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대도시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이런 요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행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여행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마실 수 있고, 빵을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경험은 한 사람이 만들 수 없다. 지역 주민과 사업자가 함께 만들어야 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두레 사업도 소개했다.
양경수 본부장은 “한국관광공사는 지역 주민이 주도해 사업자와 함께 관광 활성화를 시도하자는 취지로 ‘관광두레’라는 지원 사업을 운영한다. 2013년에 시작된 관광두레는 2026년 2월 기준, 40개 지역 160여개 주민사업체가 참여할 만큼 성장했다. 한 번 관광두레로 선정되면, 최대 5년 동안 지원이 이어진다”며 “지역 관광 활성화를 추진하고 싶은 최소 3인 이상의 주민사업체는 관광두레의 문을 두드려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빈집을 관광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업도 있다. 지자체가 공간을 제공하면 관광 벤처 기업이 이를 숙소나 체험 공간으로 바꾸는 방식”이라며 “일례로 경북 영주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는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유현준 건축가는 지역 여행에서 공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일상 공간이 아파트 중심으로 획일화돼 있기 때문에 여행에서는 오히려 ‘다른 공간’을 경험하려는 욕구가 커졌다”며 “예전에는 특별한 공간을 경험하려면 그것을 소유해야 했지만, 지금은 하루 단위로도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심지어 50억 짜리 집도 하루나 시간 단위로 잠시 빌릴 수도 있다. 이처럼 숙소는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인식되며,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빈집 활용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규제 문제도 언급했다.
유현준 건축가는 “지역 공간을 관광 콘텐츠로 바꾸기 위해서 제도적 장벽을 완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예컨대 제주도의 빈집을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해도 실거주 의무 등 여러 제약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로컬 숙소와 체험…에어비앤비의 실행 방향
서가연 매니저는 에어비앤비의 실행 방향을 소개했다.
그는 “에어비앤비는 한국관광공사와 협업해 지역 체험 활동을 발굴하고, 로컬 숙소와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호스트 유입을 위해 호스트 보호 프로그램 ‘에어커버(AirCover)’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에어커버는 숙소가 게스트 과실로 훼손될 경우, 일정 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제도다. 호스트가 안심하고 숙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로, 에어비앤비가 호스트를 위해 일종의 보험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가연 매니저는 이어 “머무는 여행을 만드는 핵심은 공간, 콘텐츠, 사람”이라며 “특히 호스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호스트는 단순히 숙소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행자에게 지역을 소개하는 안내자”라고 강조했다.
제주에서 시작된 실험 ‘할망숙소’
비전포럼 마지막 순서로 커뮤니티 펀드 전달식에 이어 지역 기반 프로젝트 사례가 소개됐다.
2020년에 조성된 에어비앤비 커뮤니티 펀드는 에어비앤비가 호스트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환경 지속 가능성, 경제적 역량 강화, 정신 건강 등의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에어비앤비는 이날 지역 사회 내 여성의 경제적 기반 강화와 커뮤티니 활성화에 기여한 단체로 제주올래,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한국해비타트 등 3개 단체를 선정해 커뮤니티 펀드를 전달했다. 특히 제주올레에 약 15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 규모의 기부금을 전달하며 ‘할망숙소 프로젝트’ 지원에 나섰다.
![[IT 동아] “지역에 머무는 여행, 어떻게 만들까”…에어비앤비가 제주서 내놓은 청사진 5 에어비앤비가 제주올레에 커뮤니티 펀드 기부금을 전달하는 모습 (왼쪽부터 최순덕 호스트,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 안은주 (사)제주올레 대표, 김순희 호스트) / 출처=에어비앤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10/cf574898c9fe476a-thumbnail-1920x1080-70.jpg)
할망숙소는 제주에 혼자 사는 할머니들의 빈방을 여행자 숙소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는 “제주올레길은 437km, 27개 코스로 운영되지만, 중간중간 숙소가 없는 곳이 많았다. 따라서 원활한 제주올레길 체험을 돕고자 혼자 사는 할머니들의 집을 민박 형태로 활용하는 할망숙소 프로젝트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았다. 여행자들은 숙박뿐만 아니라 제주 지역민이 거주하는 집에서 그들의 삶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할망숙소 프로젝트 시즌2에서는 해녀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숙소도 포함해 지역민과 더 깊숙이 교감하고 소통하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할망숙소 프로젝트 시즌2에 참여하는 신규 호스트들도 참석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최순덕 호스트는 “서울에서 살다가 제주로 이주해 해녀 활동을 시작했다”며 “관광객들이 제주에 와서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제주 자연과 삶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자 할망숙소 프로젝트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순희 호스트는 “30년 넘게 수학 교사로 일하다 제주로 이주해 해녀가 됐다”며 “가족 단위 여행자들과 함께 숙소에서 소라와 성게 미역국 같은 제주 음식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안은주 대표는 “할망숙소는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니라 여행자가 지역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머무는 여행’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비전포럼에서 나온 논의의 핵심은 하나였다. 지역 여행 활성화는 유명 관광지를 더 홍보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오래 머물 이유를 만드는 일’이라는 점이다. 에어비앤비의 지역 살리기 프로젝트가 선언을 넘어 실효성을 발휘할지, 제주가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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