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과도한 쏠림, 사이클 정점 신호”…글로벌 큰손들, 삼전닉스서 발 뺀다

코스피 급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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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좌우할 정도로 몸집 불려…AI 반도체 랠리 경계심 커져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타고 급등한 아시아 반도체 대장주에 대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가 신흥국 증시를 좌우할 정도로 몸집을 키우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서는 한편, 특정 종목으로의 과도한 쏠림 자체를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피델리티인터내셔널과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신중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세 기업은 AI 서버용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에 힘입어 최근 6개월 동안 시가총액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세 기업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 달러 안팎으로 불어나며 MSCI 신흥시장(EM)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29%까지 확대됐다. 이는 인도 증시 전체 비중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이 같은 지수 집중도가 투자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캐롤라인 쇼 피델리티인터내셔널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 확대와 지수 집중도는 시장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신호였다”며 “현재는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신흥시장 내 상대적으로 소외된 종목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웨이 리 블랙록 글로벌 최고투자전략가는 “일부 대형 반도체 및 메모리 종목의 변동성이 커진 점을 고려해 신흥시장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높은 실적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당분간은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자금 이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FT는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약 1000억 달러를 순매도했으며, 일부 액티브 펀드가 단일 종목 투자 한도에 근접하면서 비중 축소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닐 티루말라이 UBS 신흥시장 주식 전략 책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는 사실상 과점 체제를 구축한 기업들”이라며 “기술 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경쟁 우위가 강화되는 특성이 있어 장기적으로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향후 공급 확대는 변수로 꼽힌다. 인텔이 미국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나선 데 이어 중국 메모리 업체인 CXMT와 YMTC도 기업공개(IPO)와 생산능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신흥국 투자 전략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신흥시장은 미국 증시와 다른 산업 구조를 기반으로 분산투자 효과를 제공했지만, 현재는 AI 반도체 대형주가 미국과 신흥시장 지수를 동시에 좌우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투자 위험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제임스 존스턴 레드휠 신흥·프론티어시장 공동 책임자는 “특정 기업에 대한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시장 사이클의 정점일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은 결국 수요 둔화나 공급 확대 중 하나로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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