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데스크라인]반도체 지방 공장, 준비는 됐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8명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그럼에도 인구 소멸 위기의 그림자는 걷히지 않았다. 여전히 신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돌아 전체 인구는 감소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도시들은 인구 감소와 대도시 인구 집중으로 인한 소멸 위기가 심각한 상태다.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소멸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된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해 정부는 10개 혁신 도시에 153개 공공기관을 이전했다.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인구 증가와 지역 활성화에는 한계를 보였다. 혁신도시 상당수가 기존 도심에서 먼 데다 의료, 교육 등 인프라가 부족한 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 사전 검토와 준비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공공이관 이전 이후 인구 감소세를 막지 못한 곳도 적지 않다.

인구 소멸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 대두되는 호남 반도체 공장 이슈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한동안 조용했던 호남 반도체 공장 설립 얘기가 6.3 지방선거가 끝나자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선거 전에 수도권 표심을 의식했던 정치권이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떠도는 얘기를 종합하면 정부가 이달 말 주요 기업과 비수도권 투자 방안을 논의하는데 호남 지역 반도체 공장 신설안이 주요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기존 공장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후공정인 패키징 공장을 새롭게 조성하며, 장소는 광주나 장성 등이 거론된다는 구체적 얘기도 나왔다.

대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두 기업은 ‘모른다’는 입장, 정부는 ‘투자는 기업의 의사결정 사항으로 정부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연기는 나는데 불을 지핀 사람은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반도체 호남 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자주 언급되던 사항으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지방 투자 중요성 강조에 힘입어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 소멸을 막고 균형발전 시켜야 하는 당위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의 입장은 명확하다. ‘준비가 됐을 때’ 추진해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에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공장에서 한 가족처럼 생활하는 장비사, 소재·부품 기업이 모두 맞물려 돌아간다.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에 반도체 공장과 소부장 기업이 몰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장 부지, 전력, 용수만 확보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협력사를 포함해 인력이 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 지역에서 근무가 가능한 고급 인력까지 고려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9일 최태원 SK 회장의 해외 공장 건설 가능성 언급도 이 때문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당장 투자를 결정하라’는 식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하며 필요하다면 협의체를 구성해 하나씩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준비가 됐을 때 공장을 짓는 게 반도체 산업과 국가 경제 모두를 위한 길이다.


공공기관 1차 이전의 시행착오를 반도체 산업에서 되풀이해선 안 된다.

[데스크라인]반도체 지방 공장, 준비는 됐나?
안호천 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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