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르포]버려진 페트병이 다시 원료로…세종기술이 만든 ‘순환경제’

공장 한쪽에서는 높이 수 미터에 달하는 교반기가 거대한 수조 위에서 회전하고 있다. 실제 운전 환경을 그대로 구현해 성능을 검증하는 '워터런 테스트'다.
공장 한쪽에서는 높이 수 미터에 달하는 교반기가 거대한 수조 위에서 회전하고 있다. 실제 운전 환경을 그대로 구현해 성능을 검증하는 ‘워터런 테스트’다.
부산 강서구 세종기술 공장. 천장을 가득 메운 크레인 아래로 지름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반응기와 열교환기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용접 불꽃이 튀는 제작동을 지나자 교반기 성능을 검증하는 실증시험장이 나타났다. 물을 채운 시험조에서 회전축의 흔들림을 측정하고, 실제 운전 환경을 재현하는 ‘워터런’ 테스트가 이어졌다. 설계부터 제작, 시험, 시공까지 화학플랜트 전 과정이 한곳에서 이뤄진다.

세종기술은 1998년 설립된 화학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전문기업이다. 폴리에스터와 화장품 원료 플랜트를 비롯해 반도체 소재, MLCC 소재, 2차전지 전해질과 음극재, 전고체 소재, 수전해 수소생산설비까지 화학플랜트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세종기술이 최근 성장 분야로 꼽은 것은 △반도체 소재 △2차전지 △케미컬 리사이클 △원자력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폐 페트(PET) 화학적 재활용이다. 버려진 페트병을 다시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페트를 구성하는 원료 단계까지 되돌리는 공정을 플랜트로 구현하는 사업이다.

현재 폐 페트 재활용은 회수한 페트병을 세척하고 잘게 분쇄한 뒤 다시 제품 원료로 사용하는 기계적 재활용(MR)이 주를 이룬다. 비교적 공정이 단순하고 비용이 낮지만 반복해서 재활용할수록 물성이 떨어지거나 색상이 탁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물질이나 색소, 접착제 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고품질 제품 생산에도 제약이 생긴다.

세종기술은 다르게 접근했다. 페트를 열이나 화학물질로 분해해 원료 상태로 되돌린 뒤 불순물을 제거하고 다시 중합해 페트를 생산한다. 완성된 플라스틱을 원료 단위로 해체한 뒤 새 제품의 출발점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고영현 세종기술 대표가 시뮬레이션 모니터링을 보면서 액체와 액체, 액체와 분말을 균일하게 섞이고 있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고영현 세종기술 대표가 시뮬레이션 모니터링을 보면서 액체와 액체, 액체와 분말을 균일하게 섞이고 있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고영현 세종기술 대표는 “화학적 재활용은 페트를 구성했던 원료를 다시 분리해 고순도로 정제한 뒤 새로운 페트 생산에 투입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는 ‘원료 재생’에 가까운 기술이다. 제품 형태만 바꿔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폐기물을 화학 공정에 투입해 기존 석유화학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복원한다. 상용화되면 폐 페트가 다시 고품질 페트병이나 섬유 원료로 돌아갈 수 있다.

이 기술은 다른 소재에도 적용된다. 의류와 산업용 섬유에 폭넓게 사용되는 폴리에스터도 화학적 구조가 유사하다. 다만 폐섬유에는 다양한 색소와 첨가제, 다른 소재가 섞여 있어 페트병보다 분리와 정제가 어렵다. 세종기술은 폐폴리에스터 섬유에서 색소와 불순물을 제거하고 원료를 회수하는 공정도 연구하고 있다.

상용화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울산 지역 대기업과 상용 플랜트 건설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내년 공사 착수를 목표로 협의하고 있다.

고 대표는 “기계 제작만 하는 회사에서 머무르지 않고 공정 자체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반도체 소재와 전고체 배터리, 케미컬 리사이클, 원자력 등 미래 산업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구체적인 내용이나 첨부파일은 아래 [전자신문] 사이트의 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