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과 고분자(폴리머)를 안정적으로 결합하는 기술은 자동차, 항공우주, 소프트 로봇, 의료기기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금속의 단단함과 고분자의 유연함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소재의 물성이 달라 쉽게 분리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표면 처리 등 공정이 필요했는데, 공정이 번거롭고 복잡한 3차원 구조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전자신문] 포스텍, 3D프린팅 표면 거칠기 제어로 접착력 2배 높였다 1 금속 3D 프린팅 기반 표면 텍스처링 기술을 활용한 금속-폴리머 접합력 제어 모식도](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08/news-p.v1.20260508.3775a908563b43daaae5ee288037dc8c_P1.jpg)
연구팀은 레이저 출력과 스캔 속도, 간격 등 조건을 조절해 티타늄 합금 표면의 거칠기를 20~70마이크로미터(㎛) 범위에서 자유롭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음악 볼륨을 조절하듯 울퉁불퉁한 정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하나의 부품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거칠기를 부여하는, 이른바 ‘공간 맞춤형 표면 설계’도 구현했다.
이렇게 설계된 표면은 접합 성능에서 뚜렷한 향상을 보였다. 소프트 로봇과 미세 유체 장치에 쓰이는 실리콘 계열 고분자(PDMS)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최적 조건의 거칠기를 적용했을 때, 매끄러운 표면 대비 접착 강도가 2배 이상 증가했다.
그 원리는 운동화 ‘찍찍이(hook-and-loop)’와 유사하다. 거친 표면에는 미세한 돌기와 틈이 촘촘히 형성되는데, 액체 상태 고분자가 스며든 뒤 굳으면서 서로 맞물리는 ‘인터로킹’ 구조가 형성되고, 접촉 면적이 넓어지는 효과까지 더해져 접착력이 크게 높아진다. 별도 화학적 처리 없이 구조 설계만으로 접합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안나·김동식 교수는 “3D 프린팅 중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표면을 제어하는 것만으로 접합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딱딱한 뼈대와 부드러운 피부를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소프트 로봇, 몸 안에 삽입되는 의료기기 등 분야에서 잠재력이 크다”라고 했다. 김형섭 교수는 “한 부품 안에서 부위별로 서로 다른 접합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다재료 하이브리드 구조 설계에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연구재단,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민군기술협력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지원을 받은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제조·생산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버츄얼 앤 피지컬 포토타이핑’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