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챗봇 넘은 AI… 보험 심사에서 공공 행정까지 업무 효율 이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보험 인수 심사와 공공 행정 등 규정 기반 업무 영역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단순 질의응답이나 문서 검색을 넘어, 업무 판단을 지원하고 실제 처리 과정까지 개입하는 ‘업무 수행형 AI’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특히 문서 기반 의사결정 구조와 높은 책임성이 요구되는 공공 영역을 중심으로 AI가 기존 업무 방식을 재구성하는 사례가 늘면서 산업과 공공을 가로지르는 변화가 이어진다.
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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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QnA’로 확인된 AI의 진화…정보 검색 넘어 ‘판단 지원’ 단계로
이같은 변화는 규정 해석과 판단이 핵심인 보험 인수 심사(가입 신청자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보험 조건을 결정하는 절차) 영역에서 구체적인 사례로 드러난다. 일례로 KB라이프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이후 시스템 통합과 함께 보험 심사 업무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에 매진했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건강보험 상품이 확대되면서 인수 심사 업무가 급증했고, 기존 인력 중심 방식으로는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KB라이프는 단순 인력 보강이 아닌 구조적 해결책으로 AI를 선택했다. 클라우드·AI 관리 서비스 기업 베스핀글로벌과 함께 ‘심사 QnA’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그 결과 약관, 상품 설명서, 내부 기준 등 방대한 문서를 기반으로 심사 담당자가 필요한 정보를 즉시 조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문서를 직접 찾아 판단 근거를 확인해야 했다면, 이제는 AI가 관련 내용을 추출하고 맥락까지 정리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출처=베스핀글로벌
출처=베스핀글로벌
이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AI가 단순히 정보를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 판단을 지원하는 단계까지 진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서 전처리,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폐쇄형 환경에서의 운영 안정성 확보 등 엔터프라이즈 환경에 필요한 요소를 갖추며 PoC(개념검증)를 넘어 실제 운영 단계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현재 단계의 AI는 여전히 ‘질문에 답하는 구조’에 기반한다.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해야 작동하는 형태로, 업무 전체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에 베스핀글로벌은 KB라이프와 함께 이번 심사 QnA 성과에 그치지 않고, 보험 설계 영역으로도 AI 적용을 확대해 추가 과제들을 순차적으로 구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최신 에이전트형 AI(Agentic AI) 기술과 워크플로우 기반 아키텍처를 활용, 심사·보상·고객서비스 등 다양한 보험 업무 영역으로 AI 적용 범위 확장을 추진한다.
공공 AI 2.0으로 확장…‘업무 수행형 AI’가 행정 구조 바꾼다
이 같은 변화는 보험에 국한되지 않는다. 규정 해석과 책임성이 중요한 영역 전반으로 기술 적용이 확장되는 추세다. 특히 공공 행정 분야에서 유사한 흐름이 빠르게 나타난다. 공공 분야에서는 이미 ‘에이전트형 AI(Agentic AI)’ 활용이 본격화됐다.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업무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며, 결과를 다시 업무 흐름에 반영하는 형태의 AI를 의미한다.
공공 행정 분야에서는 이를 ‘공공 AI 2.0’ 단계로 부르며, 기술 적용으로 인한 업무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공공 AI가 민원 챗봇이나 정보 제공 중심이었다면, AI 2.0은 민원 접수부터 분류, 처리, 보고, 사후 관리까지 행정 프로세스 전반을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모두의 광장 플랫폼 작동 원리 / 출처=모두의 광장 홈페이지
모두의 광장 플랫폼 작동 원리 / 출처=모두의 광장 홈페이지
실제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행정안전부의 ‘모두의 광장’ 플랫폼은 국민 참여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정책 흐름을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서울관광재단은 다국어 민원 응대를 AI가 자동 분류하고 처리 흐름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단순 응답을 넘어 ‘운영 구조’에 AI가 개입하는 형태다.
이러한 흐름은 보험과 공공이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사한 구조를 지녔기 때문에 나타난다. 보험 인수 심사는 복잡한 규정과 판단 기준, 높은 책임성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공공 행정 역시 법령과 절차, 책임성과 감사 가능성이 중요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결국 보험에서 검증된 AI 적용 방식은 공공 행정으로 확장 가능한 ‘준(準) 레퍼런스’에 가깝다. 특히 보험과 공공은 규정 기반 의사결정, 다단계 업무 흐름, 높은 책임성과 감사 가능성 등 핵심 구조에서 유사하다.
다만 이러한 확장이 단순히 기술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AI 도입의 본질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업무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최신 모델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실제 업무 효율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책임성 확보, 운영 체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한 업무 구조를 가진 영역 전반으로 AI 적용이 확산되면서, 클라우드·AI 관리 서비스 기업 역시 산업 단위가 아닌 ‘업무 구조 단위’로 기술을 확장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는 특정 기업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보험 영역에서 AI 적용을 진행한 베스핀글로벌 역시 보험 사례를 시작으로 에이전틱 AI 기반 구조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업무 흐름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AI 구조를 통해 심사, 보상, 고객 서비스는 물론 공공 행정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특정 기업 사례를 넘어 전반적인 산업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답을 주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보험에서 시작된 변화는 이제 공공 행정으로 확장되며,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인프라로 자리 잡는 전환점에 진입하고 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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