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위험한 차선 도색 대신하는 AI 로봇 개발 ‘넥스트라인’

[IT동아 김동진 기자]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렵지 않게 마주치는 장면이 있다. 차량이 오가는 도로 한복판에서 작업자들이 안전콘을 세워 놓고 지워진 차선을 다시 칠하는 모습이다. 운전자에게는 잠시 지나치는 풍경이지만, 작업자에게는 차도 바로 옆에서 이뤄지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작업구간을 통제해야 하는 만큼, 교통정체도 뒤따른다.
IT동아를 만난 박건식 넥스트라인 대표는 “차선을 다시 칠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왜 아직도 이 위험한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아이와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위험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 ‘세상을 더 안전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남았다”고 말했다. 이 질문은 AI와 로봇을 이용해 노면표시 유지관리를 자동화한다는 사업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지난해 설립된 넥스트라인 ‘라인봇(LineBot)’이 모습을 드러낸 계기다.
박건식 넥스트라인 대표 / 출처=IT동아 (사진 배경 AI 편집)
박건식 넥스트라인 대표 / 출처=IT동아 (사진 배경 AI 편집)

카메라와 AI 비전 기술 접목해 차선 도색 자동화 로봇 개발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한 박건식 대표는 삼성엔지니어링 전기제어설계팀에서 자동화·제어시스템 업무를 경험했다. 이후 중소기업 R&D·기술 컨설팅과 AI 로보틱스 교육 등을 거쳐 창업에 뛰어들었다.
넥스트라인이 개발 중인 제품은 단순한 ‘자동 페인트 기계’와는 조금 다르다. 카메라와 AI 비전 기술로 기존 차선을 인식하고 훼손된 위치를 판단한 뒤 로봇이 해당 경로를 따라가며 다시 도색하는 기술을 구현하려 한다. 작업 결과를 데이터로 남겨 언제, 어느 구간을 보수했는지 관리하는 기능도 장기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라인봇-P가 작동하는 모습 / 출처=넥스트라인
라인봇-P가 작동하는 모습 / 출처=넥스트라인
넥스트라인이 선보일 제품은 용도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적으로 개발 중인 제품은 주차장용 ‘라인봇-P(LineBot-P)’다. 백화점이나 아울렛, 물류센터, 공항 주차장 등 통제된 공간에서 기존 노면표시를 인식하고, 다시 라인을 칠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현재 넥스트라인은 라인봇-P 시제품 제작까지 마친 상태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았다.
라인봇-P 시제품 / 출처=넥스트라인
라인봇-P 시제품 / 출처=넥스트라인
반면 일반도로와 공항 내 대규모 시설 등에 쓰이는 ‘라인봇-R(LineBot-R)’은 아직 기획·설계 단계다. 일반 차량에도 탑재가 가능한 모듈형 제품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박건식 대표는 빠른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로 ‘실증’을 꼽았다.
그는 “실제 주차장과 도로는 실험실과 달리 조명, 그림자, 노면 오염과 마모 정도가 제각각이다. 개발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가장 큰 장벽이었다. 실내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차선 인식 알고리즘이 현장에 나가면, 카메라 각도나 빛의 방향에 따라 오차를 보였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선 검출과 경로 추종, 위치 보정 알고리즘을 반복적으로 바꿔가며 데이터를 쌓고 있다. 현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AI는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수백 번의 검증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한 작업은 줄이고 품질은 일정하게
라인봇은 아직 검증해야 할 부분이 많은 시제품이지만, 기술이 지향하는 효용은 비교적 명확하다. 현재 차선 도색은 작업자가 직접 장비를 다루거나, 차량에 탑승해 도색 위치를 맞추는 방식으로 대부분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차도 가까이에 장시간 머물러야 하고, 숙련도에 따라 작업 결과에도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빠르게 달리는 차 옆에서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라인봇-P 시제품 / 출처=IT동아
라인봇-P 시제품 / 출처=IT동아
넥스트라인의 구상대로 라인봇이 기존 노면표시를 따라 정확한 위치를 인식하고 도색할 수 있다면, 작업자가 직접 위험구간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작업 자동화를 통해 일정한 도색 품질을 확보하거나, 작업을 위해 도로를 통제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넥스트라인은 라인봇-R이 상용화된다면, 현재 도색 작업에 필요한 작업자 5~6명 가량을 1~2명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효용 가능성 덕분에 넥스트라인은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창업패키지 딥테크 분야와 한국공항공사의 창업·벤처기업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특히 공항은 넥스트라인이 초기 시장으로 주목하는 공간이다. 올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테크노파크가 추진하는 ‘인천공항 스타트업 육성사업’을 통해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AI·딥테크 기반 스타트업 가운데 공항 운영에 접목 가능한 기술을 선별하고, 공항 실무자 멘토링과 협업모델 발굴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넥스트라인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인천공항 주차장과 같은 실제 공간에서 노면표시 인식과 추종, 도색 오차 확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한 ‘강동구 해냄센터’
박건식 대표의 아이디어가 곧바로 창업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기술 개발 못지않게 사업모델을 구체화하고, 어떤 시장부터 공략할지 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박건식 대표에게 도움을 준 곳이 강동구 해냄센터다.
강동구 해냄센터는 박건식 대표에게 창업 교육과 전문가 멘토링, 사업화 지원 등을 제공했다. 그는 사업계획서 작성과 발표 준비, 활용 가능한 지원사업 탐색 등을 해냄센터와 함께 진행하며, 막연했던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설명할 수 있는 사업모델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건식 대표는 “처음에는 기술을 어떻게 만들지만 생각했다면, 해냄센터에서는 이 기술이 실제로 어디에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 구체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멘토링을 받았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해냄센터의 지원 속에서 넥스트라인은 기술개발 방향도 보다 명확하게 잡았다. 처음부터 일반도로를 목표로 하기보다 규제와 작업환경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주차장을 초기 시장으로 설정하고, 이곳에서 기술을 검증한 뒤 공항과 일반도로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박건식 대표는 “해냄센터에서 사업모델을 시장 중심으로 구체화하고 기술개발 방향을 명확히 설정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시제품 개발과 정부지원사업 준비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며 “특히 협력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도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넥스트라인 “한시라도 빠르게 사람 대신 위험한 도로에 라인봇을 보낼 것”
넥스트라인은 시제품의 빠른 상용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규제와 운용 환경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주차장에서 라인봇-P의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후 공항 운영도로와 산업시설로 범위를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일반도로용 라인봇-R까지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로봇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기적인 점검과 도색, 유지관리 데이터를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도 검토 중이다.
박건식 넥스트라인 대표 / 출처=IT동아
박건식 넥스트라인 대표 / 출처=IT동아
박건식 대표는 “제품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 실제 도색 정밀도와 작업속도, 다양한 노면에서의 인식률, 장시간 운용 신뢰성 등을 실증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며 “상용화 과정에서는 투자 확보와 생산체계 구축이라는 스타트업의 현실적인 숙제도 남아 있다. 스스로도 올해 목표를 시제품 완성이 아닌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실증하는 것’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 위 작업자가 감수하던 위험과 유지보수를 위해 감내했던 긴 교통통제까지 줄이는 것이 넥스트라인이 궁극적으로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다.
박건식 대표는 “향후에는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정기 점검·도색·데이터 관리가 결합된 유지관리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공항뿐만 아니라 일반도로, 산업단지 등 국가 기반시설로 적용 범위를 넓혀 AI가 스스로 진단하고 유지관리하는 지능형 인프라 유지관리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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