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주문량 9000% 폭증”…中 Z세대, 스마트폰도 내려놓게 만든 ‘이 것’ 뭔데?

중국 Z 세대 사이에서 작은 구슬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펄러비즈(컬러비즈)'가 새로운 취미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핀터레스트
중국 Z 세대 사이에서 작은 구슬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펄러비즈(컬러비즈)’가 새로운 취미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핀터레스트
중국 Z세대 사이에서 작은 구슬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펄러비즈(컬러비즈)’가 새로운 취미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잠시 벗어나 손을 움직이며 작업에 집중하는 과정이 일상에서 쌓인 피로와 긴장을 잊게 해준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중국 란징일보는 펄러비즈 열풍이 확산하면서 관련 산업까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펄러비즈는 밑그림을 참고해 작은 구슬을 전용 판에 배열한 후 열을 가해 서로 붙이는 방식의 공예다. 별도의 전문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 소비와 온라인 반응에서도 성장세가 확인된다. 더우인(중국판 틱톡)이 공개한 올해 춘절 소비 자료를 보면 Z세대의 펄러비즈 관련 공동구매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18% 증가했다. 관련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는 298억 회를 넘어섰다. 타오바오가 선정한 ‘2025년 10대 인기 상품’에서도 펄러비즈는 전년보다 검색량이 약 500% 늘어나 2위에 올랐다. 샤오홍슈에서도 ‘펄러비즈 중독’ 관련 해시태그가 117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관련 논의 역시 3100만 건을 넘겼다.

업계의 관심이 커지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홍보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샤오홍슈는 베이징과 상하이, 항저우 등 중국 6개 도시에서 펄러비즈를 주제로 한 오프라인 대회를 진행했다. 더우인은 경연 행사와 함께 상하이에서 ‘2026 펄러비즈 학술 교류회’를 마련하는 등 관련 문화 확산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의 폭이 넓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영화 ‘킬 빌’, ‘펄프 픽션’, ‘죠스’, ‘라라랜드’, ‘양들의 침묵’ 등 유명 작품은 물론 회화와 조각 등 예술 작품도 비즈 도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팝마트와 젤리캣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IP 캐릭터를 활용한 창작물도 잇따르면서 직접 작품을 만드는 문화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심은 실제 매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각지에서 펄러비즈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점포가 2500곳 이상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약 90%가 불과 최근 6개월 사이에 새로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매장 외에도 중국의 대형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의 대기 공간을 비롯해 온천 리조트와 오락시설 등에서도 관련 체험을 제공하면서 소비 접점이 넓어지고 있다.

한 번 경험한 소비자가 다시 매장을 찾는 비율도 높은 편이다. 한 매장 운영자인 천징 씨는 방문객 가운데 반복적으로 찾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펄러비즈 업체 창업자도 자사 매장의 재구매 비중이 약 40%에 이른다며 기존 고객이 지인이나 가족과 함께 다시 방문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애호가들은 작업에 몰두하는 동안 다른 생각이 줄어들고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오랜 시간 작업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평가된다. 매장에서 하루 종일 작품을 만들더라도 비용이 100위안(약 2만원)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있으며, 완성품을 직접 만들었다는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다. 직접 제작한 작품을 선물하거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일부 소비자에게 펄러비즈는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생활 방식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여성은 약 210㎏에 달하는 비즈를 구입한 뒤 전용 도구를 제작하기 위해 3D 프린터와 전문 장비에 수천 위안을 지출했다. 이후 집 안을 펄러비즈를 중심으로 꾸민 공간으로 바꾸면서 SNS에서도 화제가 됐다.

또 다른 애호가인 폴리 씨는 큰 도안을 확인하기 위해 중고 아이패드를 마련하고 오랜 시간 작업할 수 있도록 의자까지 새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부족한 색상의 비즈만 보충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5000개가 넘는 비즈를 추가로 구매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작품 제작을 위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는 열성 소비자들이 등장하면서 시장 확대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펄러비즈의 인기가 불확실한 사회 환경 속에서 손쉽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특성과 관련 있다고 분석한다. 차오이셔 상하이 사회과학원 응용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취업 문제와 경기 둔화 등 사회적 불안 요인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청년들이 펄러비즈 작업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성취감을 얻으려는 것으로 풀이했다.

다만 시장 규모가 단기간에 커지면서 제품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최근 펄러비즈 제품의 품질과 안전을 점검하기 위한 특별 공고와 주의사항을 발표했다. 일부 온라인 판매자가 제품에 적정 사용 연령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고, 제작 과정에서 요구되는 저압 특수 가열 조건에 맞지 않는 다리미를 판매한 사례 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장쑤성 소비자보호위원회는 3세 미만 어린이가 제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련 안전 인증을 갖춘 제품을 구매하고, 포장을 뜯었을 때 강한 화학 냄새 등 이상이 느껴질 경우에는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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