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반도체 TMI] 반도체를 왜 ‘실리콘’이라고 부를까요?
2026년 09월 16일
※ TMI는 Too Much Information,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과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신조어입니다. 보통 TMI라고 한다면 필요 없거나 관심 없는 정보가 많지만 알아 두면 유익하거나 의미 있는 정보를 접하기도 합니다. 반도체 TMI는 기사에서 세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일상생활 속 궁금한 반도체 관련 정보를 톺아보겠습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IT 업계에서는 반도체를 ‘실리콘(Silicon)’이라고 지칭합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자사의 프로세서를 ‘애플 실리콘’이라고 부르고, 미국의 반도체 집적 단지를 ‘실리콘 밸리’라고도 부릅니다. 즉 CPU 등의 집적회로를 실리콘으로 지칭하는 것까지는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반도체는 전기전도도가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에 있으면서 외부 조건에 따라 전기가 흐르는 정도를 크게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인데요, 실리콘은 반도체의 여러 재료 중 하나일 뿐입니다.
실리콘은 반도체지만, 모든 반도체가 실리콘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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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순도로 정제된 다결정 폴리실리콘 / 출처=IT동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9/16/e3cf199bc7aa4e47-thumbnail-1920x1080-70.jpg)
반도체 업체들이 지칭하는 ‘실리콘’은 원자번호 14호 원소인 ‘규소’를 의미합니다. 흔히 ‘모래를 녹여서 반도체를 만든다’라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규소는 지각에서 산소 다음으로 풍부한 원소로 지각 질량의 25% 이상을 차지합니다. 자연 상태의 모래는 탄산칼슘, 장석, 화산암 등 다양한 소재로 돼있으며 그중 석영질 모래에 한해 이산화규소(SiO₂)가 주 성분입니다. 하지만 모래는 불순물이 많아 반도체용 원료로 쓰진 않고 광산에서 채굴한 규소, 규암을 활용합니다.
채굴된 규소는 철, 알루미늄, 티타늄, 붕소, 칼슘 등의 불순물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를 제거한 뒤 화학 정제를 거쳐 99.9999999% 이상 순도의 폴리실리콘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초순수 정제된 실리콘의 반도체적 특성을 활용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집적회로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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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제작된 저마늄 합금 접합 트랜지스터의 내부 구조 / 출처=존 마우스해머(John Maushammer) 위키피디아 커먼즈](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9/16/0e557dfe72aa4953-thumbnail-1920x1080-70.jpg)
그렇다면 왜 실리콘은 반도체의 대명사가 됐을까요? 실리콘 이외에도 저마늄(게르마늄), 갈륨비소, 실리콘카바이드, 질화갈륨 등이 반도체 소재로 활용됩니다. 1947년 벨 연구소에서 개발된 초기 트랜지스터는 저마늄을 활용했고, 이후 6년 간 제작된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정제와 소자 제작이 쉬운 저마늄 기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마늄 기반 반도체는 0도에서 70도의 동작 온도 한계가 있었고, 이후 1954년 벨 연구소에서 규소 기반의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만들었습니다. 이 소자는 영하 55도에서 영상 125도에서 작동해 1950년대 말부터는 실리콘이 트랜지스터의 기본 소재로 활용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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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99.9999999(9N)% 수준의 단결정 실리콘 잉곳(규소 주괴), 무게가 122kg에 이르는데 이를 1mm 이하의 얇은 원판으로 절단한 것이 우리가 아는 반도체용 웨이퍼입니다 / 출처=IT동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9/16/edb93097129f4f2a-thumbnail-1920x1080-70.jpg)
오늘날 실리콘을 반도체로 만드는 과정은 자연에서 얻은 이산화규소에서 규소를 분리한 뒤 초고순도로 정제하는 과정과 이를 단결정 웨이퍼로 만든 뒤 반도체 소자로 가공하는 과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반도체용 실리콘의 원료가 되는 SiO₂는 규암, 석영 광산에서 채굴과 파쇄를 거쳐 확보합니다.
그다음 이산화규소를 전기로에서 환원해 순도 98~99% 수준의 금속급 실리콘(MG-Si)으로 만들고, 이를 한번 더 화학적으로 정제해 99.9999999% 이상의 초고순도의 폴리실리콘으로 순도를 끌어올립니다. 반도체용 웨이퍼는 이 초고순도 폴리실리콘을 다시 녹인 뒤 씨앗 결정을 활용해 하나의 결정 방향으로 성장시킨 단결정 실리콘으로 가공하고, 이것을 얇게 잘라내 웨이퍼로 만듭니다.
![[IT 동아] [반도체 TMI] 반도체를 왜 '실리콘'이라고 부를까요? 4 얇게 저며낸 웨이퍼는 반도체 생산의 첫 공정으로 투입됩니다 / 출처=IT동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9/16/c2f6a057d8e94a2e-thumbnail-1920x1080-70.jpg)
웨이퍼는 반도체의 바탕이 되는 초고순도 규소 판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반도체 생산의 전공정으로 불리며, 웨이퍼를 세정한 뒤 산화나 증착 공정으로 절연막·반도체막·금속막 등 얇은 막을 형성하고, 감광액을 바른 뒤 노광 공정으로 회로 패턴을 전사합니다. 그다음 입력된 패턴 이외의 필요 없는 부분을 플라스마 등으로 깎아낸 뒤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붕소, 인 등 원소의 이온을 주입해 p형, n형 반도체 영역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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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퍼의 표면에 반도체 설계를 인쇄한 뒤 연마하고 각 영역을 잘라내서 패키징하면 우리가 아는 반도체 상품이 됩니다 / 출처=IT동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9/16/9773c68b23a3455a-thumbnail-1920x1080-70.jpg)
그다음부터는 반복 공정으로 증착·노광·식각·이온주입 등의 공정을 반복하면서 트랜지스터를 형성하고, 그 위에 절연막과 금속 배선을 여러 층 쌓습니다. 각 층 사이에서는 CMP(화학적 기계적 연마)로 표면을 평탄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완성된 웨이퍼에서 반도체 불량 여부를 확인한 뒤 개별 칩으로 잘라 패키징 합니다. 이 과정까지 거치면 원료 형태의 실리콘이 우리가 아는 CPU, GPU, DRAM 등의 반도체로 상품화됩니다.
혼란을 주는 명칭, 실리콘(Silicon)과 실리콘(Silic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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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용 등으로 활용되는 실리콘은 규소가 포함된 고분자 물질로 반도체용 초순수 규소와는 다른 물질입니다 / 출처=GE실란트](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9/16/05db6b88c7914b56-thumbnail-1920x1080-70.jpg)
끝내기에 앞서 잠깐 전혀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실리콘(Silicone) 얘기입니다. 실리콘은 건축이나 산업,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되는 일상적 소재입니다. 그런데 실리콘(Silicon)과 발음이 같다 보니 건축용 소재와 반도체가 같은 소재가 아니냐 착각하기 좋습니다. 둘 다 규소가 포함되기 때문에 틀린 것은 아니지만 명확히 다른 소재입니다.
방수용 실리콘에도 규소가 포함되지만 규소와 산소가 번갈아 이어진 ‘폴리실록산’이라는 이름의 고분자 물질입니다. 단단하고 깨지기 쉬운 결정질 고체인 반도체용 실리콘과 달리 고무에 가까운 고분자 화학 물질입니다. 같은거 라고는 규소가 들어간다는 거죠. 그래서 해외에서는 ‘실리콘 실란트’라고 구분 지어 부릅니다.
실리콘은 대명사, 언젠가는 반도체를 다른 물질로 부를지도
반도체 산업에서 실리콘이라는 말이 칩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이유는 CPU와 GPU, 메모리 등 대다수 집적회로가 수십 년간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발전했고, 그 위에 제조 공정·장비·공급망·설계 생태계가 축적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도체는 전기차 인버터 등 높은 전압과 온도에 강한 실리콘 카바이드(SiC), 높은 주파수와 전력 효율이 높은 질화갈륨(GaN), 규소 대비 전자 이동속도가 빨라 고주파 동작, 고효율 전력 변환에 유리한 갈륨 비소(GaAs) 등 다양한 소재로 이뤄져 있습니다.
언젠가 규소를 대체할 만큼 효율적인 소재가 등장한다면 전혀 다른 물질을 반도체의 대명사처럼 부를 수도 있게 되는 것이지요. 만약 초창기 저마늄 반도체가 실리콘을 밀어내고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면, 오늘날 반도체 산업을 설명하는 표현도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을지 모릅니다. 어쨌든 21세기 현재 시점에서는 실리콘이 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꾸준히 쓰일 전망입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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