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3000원대 주식을 5만원대로”…14배 폭등시키더니, 그 결말은? 1 서울남부지방법원. 사진=연합뉴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30/news-p.v1.20260930.34ea74e0f3c042338292841aa57a7b70_P1.jpg)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종열)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진훈씨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3973억원을 선고했다. 약 1324억원의 추징과 밀항 과정에서 소지했던 미화 8800달러의 몰수도 명령했다.
영풍제지 실소유주로 지목된 공현철씨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2430억원, 추징금 74억7000만원이 선고됐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씨와 공씨에게 각각 징역 20년을 구형했으며, 벌금으로 각각 1조947억원과 2조3694억원을 요청했다.
핵심 쟁점은 주가조작 자체뿐 아니라 범죄수익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금융거래 자료의 증거능력이었다.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금융감독원이 영장 없이 증권사 등에서 추가로 확보한 금융거래 자료가 사실상 형사수사를 위한 자료 수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영장을 발부받아 자료를 다시 확보했더라도 최초 수집 과정의 위법성이 치유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해당 자료를 증거에서 배제하고 적법하게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부당이득을 다시 계산했다. 검찰이 약 7898억원으로 산정한 부당이득 가운데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약 1324억원으로, 약 6574억원이 법원의 산정에서 제외됐다.
부당이득 인정액이 줄면서 벌금 규모에도 차이가 생겼다. 이씨와 공씨를 포함한 피고인 22명에게 선고된 벌금 총액은 약 2조9687억원이다.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 등으로 얻은 부당이득 규모에 따라 일정 범위에서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범행 자체는 유죄로 판단했다. 이씨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다수의 계좌를 이용한 가장·통정매매와 고가매수 등을 동원해 범행을 기획하고 인력과 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봤다. 이 기간 영풍제지 주가는 3000원대에서 4만~5만원대로 약 14배 상승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범행을 총괄한 점과 수사를 피해 해외 밀항을 시도한 점 등을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 반면 범행을 자백하고 다른 피고인들의 범죄 사실을 진술하는 등 수사에 협조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공씨의 경우 시세조종 자금 74억7000만원을 제공하는 등 범행의 단초를 제공했지만, 직접 시세조종을 지시하지 않았고 2023년 6월 이후에는 범행 관여 정도가 낮아진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주식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범죄”라며 “주가가 14배가량 상승한 뒤 한순간 폭락해 선량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씨와 공씨를 포함해 함께 기소된 공범 가운데 2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나머지 피고인들은 가담 정도와 역할에 따라 징역 2년6개월에서 6년,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으며 일부는 집행유예나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번 판결에서는 주가조작 범행의 유죄 여부보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금융자료의 증거능력과 그에 따른 부당이득 산정 범위가 형량과 벌금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검찰이 항소할 경우 해당 자료의 증거능력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상급심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