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디지털자산 법인 시장 개방, 과제는 ‘커스터디·신뢰 인프라’
2026년 07월 24일
[IT동아 한만혁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개인 투자자 중심이다. 지난 2025년 2월 금융위원회가 법인 시장 참여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으면서 실제 법인 시장 참여는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법인과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활발하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기관투자자와 법인이 디지털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며 새로운 자금 흐름을 만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도 디지털자산 운용과 커스터디 사업을 확대하며 새로운 금융 질서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국내에서도 법인 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T 동아] 디지털자산 법인 시장 개방, 과제는 ‘커스터디·신뢰 인프라’ 1 디지털자산 법인 시장 개방 컨퍼런스 현장 / 출처=IT동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7/23/b75c52b3fddd4d7e-thumbnail-1920x1080-70.jpg)
7월 23일 국회에서는 법인 시장 개방에 필요한 제도적 과제를 짚어보는 ‘법인 시장 개방과 안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술 컨퍼런스’가 열렸다. 금융당국, 전통 금융권, 학계, 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법인 시장 개방을 위한 제도적 과제와 안전한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 구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컨퍼런스는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과 안도걸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비댁스(BDACS),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가 주관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안도걸 의원은 “법인 시장 참여는 유동성과 가격 발견 기능을 높이며 시장 안정성 및 신뢰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로, 디지털 결제 관련 산업 성장과 국내 기술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디지털자산을 안전하게 보관 및 관리하는 커스터디 체계가 구축되고,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와 방어벽 규정, 위험 관리 기준 등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과 신뢰가 조화를 이루는 디지털자산 제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IT 동아] 디지털자산 법인 시장 개방, 과제는 ‘커스터디·신뢰 인프라’ 2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 출처=IT동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7/23/502d93fcae6843bf-thumbnail-1920x1080-70.jpg)
“법인 시장 개방, 커스터디 제도화 선행돼야”
주제 발표를 맡은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디지털자산 법인 시장 개방 의의 및 커스터디 역할’을 주제로 법인 시장 확대에 필요한 커스터디의 역할과 제도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비댁스는 법인 고객을 위한 자산 보관, 스테이킹, 렌딩, 회계 리포팅, 리스크 관리 등 커스터디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이다.
류홍열 대표는 “법인 시장 참여는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스터디 잠재 수요가 약 75조 원 규모(국내 상장사 자기자본 합계의 5%로 가정할 경우)에 이르고, 해외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기업(DAT, 디지털자산을 재무적 수익 기법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187개를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인 시장 참여는 개인투자자에 편중된 국내 시장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법인 시장 참여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가격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기관이 그동안 구축한 시장 감시, 공시 체계가 유입되면서 시장 성숙도와 신뢰도가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류홍열 대표는 “법인 시장 참여는 단순히 개인이 추구하던 수익을 법인이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법인 시장 참여를 위해서는 커스터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단순한 구조인 반면, 법인 및 기관투자자는 이사회, 감사위원회, 주주, 채권자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를 두고 있어 자산 운용, 회계 투명성을 관리할 별도의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특정 개인의 판단에 좌우되지 않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자산이 운용되려면 업무를 여러 주체로 나눠 맡기는 직무 분리가 중요한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커스터디라는 설명이다.
![[IT 동아] 디지털자산 법인 시장 개방, 과제는 ‘커스터디·신뢰 인프라’ 3 류홍열 비댁스 대표 / 출처=IT동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7/23/427c4a8b8e4c4c5f-thumbnail-1920x1080-70.jpg)
류홍열 대표는 과세 인프라 확보 측면에서도 커스터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인프라는 거래소에 의존하는 체계여서 충분한 과세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거래소뿐 아니라 커스터디의 데이터까지 상호 검증하는 체계를 통해 명확하고 투명한 과세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류홍열 대표는 커스터디 제도화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법인 시장 개방에 앞서 독립적인 고객 자산 관리 기관으로서 커스터디 기능이 제도화돼야 한다”라며 ▲커스터디는 커스터디 기능에, 거래소는 거래소 기능에 집중하는 전통 금융권 방식의 가이드라인 ▲고객 자산 보호와 시장 성숙을 위한 커스터디 사용 의무화 ▲금융투자 과정에서 얻은 고객 정보가 다른 영업 활동에 무분별하게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화벽 규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류홍열 대표는 “커스터디가 제도적으로 안착돼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이 전통 금융권 못지않은 구조적 전문화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기관투자자는 신뢰가 있어야 투자를 결정한다”
신희진 교보증권 이사는 ‘기관투자자 시대의 디지털자산 신뢰 인프라 구축 방안’을 주제로, 디지털자산 산업의 신뢰 인프라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신희진 이사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는 여섯 가지 축의 신뢰를 확인해야 투자를 결정한다. 그가 제시한 여섯 가지 축은 ▲투자 대상의 법적 성격과 증권성, 유동성에 대한 신뢰 ▲투자 정책과 이사회 승인 등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 ▲공정한 가격 형성과 결제 최종성에 대한 신뢰 ▲자산 분리와 다중승인 등 보관 및 자산 권리에 대한 신뢰 ▲실소유자 확인과 트래블룰 등 자금 흐름과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신뢰 ▲내부 통제와 손해보험 등 사고 대응과 책임에 대한 신뢰다.
신희진 이사는 이러한 신뢰의 축을 확보하기 위해 갖춰야 할 규제 요소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선 투자 가능한 법인을 가려내는 기준은 규모가 아니라 위험을 감당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어야 한다. 자기자본과 재무건전성, 전문 인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투자 가능한 자산 역시 충분한 시가총액과 유동성, 거래 이력 등 기준을 충족하는 자산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법인 내부 통제에서 중요한 것은 역할 분리라고 설명했다. 투자 정책 승인은 이사회와 투자위원회가, 투자 대상 심사는 리스크 부서가, 주문 실행은 거래 담당자가, 거래 승인은 독립된 승인권자가 각각 나눠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와 보관 기능도 분리해 거래소는 주문 체결과 시장 운영을, 수탁기관은 독립적 자산 보관을, 은행은 원화 계좌와 결제 자금 관리를 각각 맡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T 동아] 디지털자산 법인 시장 개방, 과제는 ‘커스터디·신뢰 인프라’ 4 신희진 교보증권 이사 / 출처=IT동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7/23/565e91431d024acd-thumbnail-1920x1080-70.jpg)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도 법인 확인을 넘어 자금 흐름 관리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인 시장은 개인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자금 연결망을 갖고 있는 만큼 실질 소유자와 최종 수익자, 투자자금 출처와 관련된 지갑 주소, 국경 간 자금 이동 경로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단순한 고객확인(KYC)을 넘어 거래 흐름을 파악하는 트랜잭션확인(KYT), 지갑의 위험을 파악하는 지갑확인(KYW)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한 가격 형성과 회계, 세무 기준 마련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기관에서 가격은 단순한 시세가 아니라 자산 분류부터 손상 평가, 스테이킹 보상 처리에 이르는 여러 회계, 세무 쟁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책임과 손실 부담을 명확히 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고를 누가 탐지하고 누가 거래를 중단하며 감독당국과 고객에게 언제 보고할지, 보험이 무엇을 보장할지를 사전에 정해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관투자자가 요구하는 것은 무사고가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과 복구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희진 이사는 “법인 시장 신뢰 인프라 확보를 위해서는 법인 및 기관, 거래소, 커스터디, 금융권, 회계 및 법무법인, 온체인 분석기관, 감독당국 등이 각자의 기능을 나누고 서로 검증하는 다자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제한적으로 허용해 통제의 유효성을 검증한 후 검증된 신뢰를 바탕으로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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