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SBA x IT동아] 리피드 “수거부터 유통까지 투명한 친환경 연료 생태계 구축”

[SBA x IT동아 공동기획]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마련한 서울창업허브 공덕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초기 창업부터 성장기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지원해 육성합니다. 2026년 두드러진 활동을 펼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이충호 리피드 대표 / 출처=IT동아
이충호 리피드 대표 / 출처=IT동아

[IT동아 김영우 기자] 식당이나 가정 등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는 쓸모없는 폐기물이 아니다. 정제 과정을 거치면 비행기를 띄우는 지속가능항공유(SAF)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 폐식용유를 어디서,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같은 산유국에서 사 오면 그만이지만, 폐식용유는 그런 식으로 정리된 공급망이 없다.
게다가 이 원료가 진짜 폐식용유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투명하게 증명되지 않으면, 이를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ESG 경영이나 탄소배출권 확보에 필요한 근거 자료로 인정받기 어렵다. 리피드는 바로 이 지점, 폐식용유가 버려지는 순간부터 항공유의 원료로 거래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추적하고 인증하는 플랫폼을 만든 스타트업이다. 취재진은 이충호 리피드 대표를 만나 창업 여정과 솔루션의 특징,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에너지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상당한 업력이 필요할 것 같다. 리피드를 창업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 석유화학 회사에서 10년 가까이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마지막 1년 정도는 SAF(지속가능항공유)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다 회사를 나와 대학원에서 정책을 공부했는데, 엔지니어로서 쌓은 배경과 대학원에서 배운 정책에 대한 이해가 교집합을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SAF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 시장을 알게 됐고,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라는 확신이 들어서 2022년 창업을 결심했다.

– “기름을 한 방울도 모으지 않는다”는 게 리피드의 솔루션이라고 들었다. 무슨 의미인가

: 말 그대로다. 한국에서 리피드는 폐식용유를 직접 모으거나 사들이지 않고, 그 기름의 추적선만 따라간다. 그 거래가 믿을 수 있는 기록으로 남게 만드는 역할이다. 비유하자면 중동에서 원유를 캐내는 사람과 한국의 정유사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 같은 역할이다. 식당과 수거상이 원유를 캐내는 쪽이라면, 기름으로 연료를 만드는 정유 공장은 그대로 있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거래가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이뤄지도록 만든다. 기존 석유 트레이딩 시장에서는 수량, 품질, 배송조건, 가격 이렇게 네 가지가 거래를 결정하는 요소였다. 그런데 폐자원 시장에서는 여기에 하나가 더 붙는다. 바로 추적성과 출처 인증이다. 원유는 어디서 왔든 품질만 맞으면 그만이지만, 폐식용유는 진짜 폐식용유가 맞는지 증명되지 않으면 탄소 저감 효과 자체를 인정받을 수 없다. 실제로 동남아시아에서는 훨씬 싼 팜유를 폐식용유로 속여 유통한 사례도 있었다. 이 추적성이 무너지면 앞의 네 가지 조건이 다 맞아도 전체 공급망의 가치가 사라져버린다.

– 이 추적성을 구현한 플랫폼이 ‘더치움’이라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나

: 폐식용유가 배출되는 과정을 수거, 유통, 검증 세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추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수거 단계에서는 식당과 수거업자 사이의 거래를 확인할 수 있는 무인 매입기 ‘바이오일’을 설치한다. 유통 단계에서는 수거업자가 쓰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검증 단계에서는 수거업자가 기름을 집하 창고로 가져왔을 때 ‘오일체커’라는 측정기로 중량과 수분 함량 같은 품질, 그리고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출처 정보까지 함께 기록한다. 한국은 폐식용유 수거 자체는 이미 잘 되고 있었지만, 이 과정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은 없었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게 더치움이다.
폐식용유 수거 업무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더치움’ 서비스 / 출처=리피드
폐식용유 수거 업무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더치움’ 서비스 / 출처=리피드

–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는데 그 이유는? 그리고 시장 반응은 어땠나

: 더치움을 처음 도입한 건 한국이 아니라 2025년 베트남이었다. 폐식용유 문제는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똑같이 있지만, 베트남 쪽이 풀어야 할 과제가 훨씬 많았고 그만큼 기회도 크다고 봤다. 베트남에서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폐식용유인 줄 알고 사 온 기름을 분석해보니 물에 물감을 탄 가짜였던 적도 있다. 이런 경험을 거치며 추적을 훨씬 촘촘하게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그 결과물이 바이오일과 오일체커 같은 하드웨어다. 이렇게 베트남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금은 현지 대기업들과도 계약을 맺어 1500여 곳의 거래처와 안정적으로 거래하고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25년 8월 한국에도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지금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의 약 35%가 리피드를 거쳐 추적되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폐식용유 수거 및 유통 사업에 뛰어든 리피드의 임직원들 / 출처=리피드
베트남 현지에서 폐식용유 수거 및 유통 사업에 뛰어든 리피드의 임직원들 / 출처=리피드

– 궁극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 최종 목표는 폐식용유를 비롯한 폐자원 거래소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의 폐자원 거래는 대부분 판매자와 구매자가 1대1로 만나는 장외 거래인데, 이렇게는 딱 거래 대금만큼의 시장만 생긴다. 거래소가 만들어지면 여기에 선물이나 파생상품 같은 옵션 거래가 따라붙는데, 기존 석유화학 시장에서는 현물 거래 규모의 최소 10배 이상의 옵션 시장이 형성된다. 넷제로(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를 달성하려면 이 분야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거래소를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끌어오는 게 그 자금을 가장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여러 폐자원 중에서 폐식용유를 첫 품목으로 택한 것도, 액체다 보니 고체 폐자원보다 다루기 까다로운 만큼 이걸 먼저 풀어내면 다른 폐자원 거래소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다. 업계의 퍼스트펭귄(무리 중 가장 먼저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드는 존재를 뜻하는 표현)이 되고 싶었다.

– 추적 플랫폼까지 만들었는데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있을 것 같다. 사업을 하며 겪은 어려움은 무엇인가

: 거래소가 만들어지려면 가장 필요한 게 신뢰인데, 이 신뢰를 쌓는 게 제일 어렵다. 추적 플랫폼을 개발한 것도 결국 이 신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또 하나는 품질 표준화 문제다. 폐기물이다 보니 서울 마포구에서 나온 폐식용유와 제주도에서 나온 폐식용유가 같은 품질이라는 보장이 없는데, 이 차이를 어떻게 등급으로 나눌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업계에 정립돼 있지 않다. 다만 내가 석유화학 회사 출신이다 보니, 최종 수요자인 정유사가 원하는 품질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 경험을 살려 업계에 필요한 등급 기준을 직접 만들어가고 있다.
친환경 연료를 위한 원료 수거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거래소를 구상하고 있다 / 출처=리피드
친환경 연료를 위한 원료 수거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거래소를 구상하고 있다 / 출처=리피드

– SBA와는 회사 설립 때부터 인연이 있었다고 들었다. 실제로 이용해보니 어땠나

: 2022년 회사를 처음 세울 때 SBA에 입주해 있던 액셀러레이터 ‘앤틀러’를 통해 창업했다. 첫 법인 등기 주소부터가 SBA 사무실이었으니, 사실상 회사 설립 자체가 SBA에서 시작된 셈이다. 이후에도 입주 기업 대상 사업화 지원금, 베트남과 인도 진출 때 도움을 받은 해외 진출 프로그램, 그리고 투자 유치 프로그램까지 여러 도움을 받았고 실제 투자로도 이어졌다. 상업적인 도움 외에 다른 입주사들과의 네트워킹, 월드컵 공동 시청 같은 자리에서 얻은 유대감도 컸다. 참고로 우리도 한 번 떨어지고 재수 끝에 입주에 성공했는데, 그때 발표 평가에서 실제로 현장에 장비를 설치하고 테스트해본 실행 사례를 강조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

– 폐자원 거래소라는 꽤 큰 그림을 이야기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과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먼저 한국에서 폐식용유가 거래될 수 있는 거래소를 만드는 게 첫 목표고, 이를 글로벌 규모로 넓혀가려 한다. 폐식용유 외에 다른 폐자원도 거래소의 품목으로 넣을 수 있도록 수직적으로 확장하는 것도 목표다. 거래소가 만들어지면 결국 폐자원 시장의 유동성이 올라갈 거라고 본다. 그 유동성을 바탕으로 고객들이 넷제로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 그게 리피드가 그리는 가장 큰 그림이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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