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빚투 폭탄 또 터지나”…韓 이어 中·日까지 '레버리지 경고등' 1 한국 증시를 뒤흔들었던 이른바 '빚투' 충격이 완전히 정리되기도 전에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차입을 통한 주식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08/news-p.v1.20260908.5e4305b4d28f4a9d886491b1e0c36479_P1.jpg)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에머 캐피털 파트너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니시 레이차우두리의 최근 기고문을 인용해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커지고 있는 차입투자 위험을 소개했다. 레이차우두리는 과거 BNP파리바증권에서 아시아태평양 주식 리서치 부문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는 최근 아시아 증시 전반에서 레버리지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차입투자가 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와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ETF 투자가 동시에 확대됐다. 이후 코스피는 6월 22일부터 7월 30일까지 39% 급락했다.
하락장이 본격화하면서 문제가 더욱 커졌다. 주가가 밀리자 투자자가 맡긴 주식의 평가액도 함께 줄었고, 추가 담보를 요구받는 사례가 늘었다.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투자자의 보유 주식은 시장에서 강제로 매각됐다.
이러한 매물이 다시 주가 하락을 유발하면서 매도와 하락이 서로를 부추기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개별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차입을 활용한 주식 투자의 확대가 한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도의 마진거래(MTF) 규모는 2020년 말 10억달러를 소폭 상회했지만 지난달 31일에는 163억달러까지 확대됐다.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신용거래 잔액도 2019년 초 약 680억달러에서 최근 200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일본 역시 2020년 초 180억달러에 머물던 신용거래 잔액이 최근 350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시가총액 대비 차입잔액만 놓고 보면 위험 수준이 높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인도는 0.3%, 일본은 0.45%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 역시 지난 6월 증시가 급락하기 직전 해당 비율이 0.6%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절대 수치만으로 위험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우 상황이 더욱 두드러진다. 신용거래 잔액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2%로 아시아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2015년 중국 증시가 크게 흔들리기 직전의 최고치보다도 8% 높은 규모다.
차입자금이 몰린 업종도 국가별로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에 레버리지 자금이 집중됐다. 이후 두 종목의 주가는 각각 43%와 55% 떨어졌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대형 기술주 및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차입자금이 쏠려 있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하락 충격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인도의 경우에는 중소형주에 위험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체 마진거래 자금 가운데 55%가 중소형주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매도 주문이 갑자기 증가하면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대규모 물량을 흡수하기 어렵다. 결국 투자자들이 현금 마련을 위해 상대적으로 거래가 쉬운 대형 우량주까지 처분할 경우 일부 종목에서 시작된 충격이 시장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각국 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가격 변동성이 높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기적 거래를 제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주식담보대출(LAS)을 이용한 주식 매수와 공모주 청약을 제한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신규 신용계좌에 적용되는 증거금 비율을 100%까지 상향했다.
다만 레이차우두리는 이러한 정책들이 레버리지 확대 속도를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장에 이미 형성된 위험 자체를 제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금리 역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를 위해 빌린 자금의 비용은 금리 움직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 지역에서 금리가 상승하는 환경이 지속될 경우 차입에 의존해 투자한 투자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국 아시아 증시의 추가 상승 여부뿐 아니라 시장에 축적된 차입 규모와 자금이 집중된 종목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레이차우두리는 향후 증시 조정이 반드시 한국과 같은 대형주 쏠림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는 없으며, 각국 시장에 서로 다른 형태로 누적된 레버리지가 새로운 하락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