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1억년 전 바다 최상위 포식자는 ‘초대형 문어’였나… 19m까지 자라

백악기 초대형 문어 '나나이모테우티스' 상상도. 사진=일본 홋카이도 대학교
백악기 초대형 문어 ‘나나이모테우티스’ 상상도. 사진=일본 홋카이도 대학교
약 1억 년 전 몸길이 최대 19m까지 자라는 거대한 문어가 존재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캐나다 연구진은 백악기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거대 문어 ‘나나이모테우티스(Nanaimoteuthis)’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이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앞서 캐나다 밴쿠버섬에서 발견된 턱뼈 화석 15개다. 연구진은 같은 곳에서 연삭 단층 촬영(ACT)이라고 불리는 3D 이미징 기술과 인공지능(AI) 모델을 결합한 이른바 ‘디지털 화석 채굴’ 기법으로 약 1억~7200만년 전 백악기 퇴적암에서 문어 턱 화석 12개를 추가로 발굴하고 분석에 나섰다.

연구진은 부리 표본의 크기를 바탕으로 전체 몸집을 유추했다. 그 결과 나나이모테우티스는 몸길이가 최소 7m에서 최대 19m까지 자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머리에 노 모양의 지느러미가 달린 ‘지느러미 문어류’ 기록 가운데 가장 초기에 등장한 종 중 하나로 확인됐다.

나나이모테우티스의 거대한 턱뼈 화석에는 강한 마모 흔적이 발견됐다. 조개껍데기와 뼈를 포함한 단단한 먹잇감을 부술 때 발생한 흔적으로 추정된다.

연구 공동 저자인 일본 홋카이도 대학교의 이바 야스히로 지구행성과학 부교수는 “턱뼈에 남은 흔적은 거대 문어는 백악기 바다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기능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바 부교수는 “문어의 화석 기록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백악기 바다에서 생태학적으로 이토록 중요하고 거대한 동물을 발견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확이었다”고 말했다. 문어의 몸 대부분은 연한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어, 죽은 뒤 턱과 같은 단단한 부위 일부만 보존되고, 크기 때문에 화석화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설명이다.

지느러미 문어 크기 비교. 사진=홋카이도 대학교
지느러미 문어 크기 비교. 사진=홋카이도 대학교
그간 백악기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트리케라톱스, 벨로키라토르 등 육식 공룡이 육지를, 대형 해양 파충류와 상어 등 척추동물 포식자들이 바다를 장악했을 것으로 여겨졌다. 이번 화석 발견으로 문어 당시 먹이사슬의 정점을 차지했을 가능성이 새롭게 대두됐다.

이바 부교수는 “백악기 해양 생태계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으며, 더 넓은 범위의 최상위 포식자들을 포함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나나이모테우티스는 거대한 몸집과 긴 팔을 이용해 먹이를 포착하고 강력한 턱으로 딱딱한 먹잇감을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대의 문어를 고려하면 매우 높은 지능으로 먹이를 찾고 사냥하는 강력한 포식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었을 가능성 또한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브리스틀 대학교의 야콥 빈터 거시진화학 부교수는 “이렇게 거대한 동물은 분해하고 삼키는 데 오래 걸리는 큰 먹이를 사냥하는 것보다 비교적 작은 먹이를 섭취해 필요한 에너지를 충족했을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강력한 포식자였을 가능성은 높다”고 추측했다.

이바 부교수는 디지털 화석 채굴 기법을 확대해 이전의 화석 기록으로는 탐지할 수 없었던 유기체들을 찾아낼 계획이다. 그는 “고대 생태계의 숨겨진 주역들을 밝혀내고 과거 생태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해 훨씬 더 완전한 그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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