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자동차와 法] 차는 샀는데 기능은 빌려 쓴다…자동차 구독서비스의 법적 쟁점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이달부터 테슬라코리아가 자율주행 보조 기능인 FSD(감독형)를 900만 원대 일시불 대신 월 15만 원 구독으로만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값을 치르는 방식을 ‘소유’에서 ‘구독’으로 바꾼 것입니다.
낯선 흐름은 아닙니다. BMW는 열선시트를 월정액으로 내놓았다가 이미 달린 부품에 왜 또 돈을 내느냐는 반발에 한국 판매 계획을 접었고, 벤츠는 전기차 가속 성능을 높이는 구독 상품을, 기아는 EV9부터 ‘커넥트 스토어’로 원격 주차 보조 같은 기능을 앱처럼 팔고 있습니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하드웨어는 공장에서부터 차에 다 실려 나오는데, 그것을 켜는 스위치가 운전석이 아니라 제조사 서버로 옮겨 갔다는 점입니다. 차는 내 것이지만, 기능까지 내 것은 아닌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차를 살 때 무엇을 산 것일까요?
차는 내 것이지만, 기능까지 내 것은 아니다
민법상 소유자는 자기 물건을 자유롭게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고, 차체와 부품은 분명 구매자의 소유입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물건이 아니라 제조사가 이용을 허락하는 라이선스입니다. 차를 사는 순간 우리는 매매 계약 하나가 아니라 여러 서비스 이용 계약을 얹은 ‘계약의 묶음’을 사는 셈입니다.
그런데 실시간 교통정보처럼 서버를 계속 돌려야 하는 기능은 구독의 근거가 분명하지만, 열선 시트처럼 이미 장착된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로만 잠근 기능은 같은 물건에 두 번 값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이중 과금’ 논란이 따라붙습니다. 이런 판매 방식 자체를 위법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무엇이 구독형인지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기만적 표시·광고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건이라면 약관규제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구독이 끝나면 재산권 침해일까
‘내 차인데 내 마음대로 못 쓰는 것은 재산권 침해 아니냐’는 질문에 심정적으로는 공감하지만, 법적으로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국가가 재산을 빼앗는 문제가 아니라 제조사와 소비자 사이의 계약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 달 치 이용권 기간이 끝나 기능이 꺼졌다면, 원칙적으로 계약의 결과일 뿐입니다.
그러나 영구 옵션처럼 광고하고 값을 다 받아 놓고 기능을 회수한다면 채무불이행이나 매매목적물의 하자, 기만적 표시·광고가 정면으로 문제 됩니다.
중고차로 팔면, 기능은 차를 따라갈까 사람을 따라갈까
가장 현실적인 혼란은 중고차 거래입니다. 답은 ‘약관마다 다르다’입니다. 테슬라 FSD는 일시불로 영구 구매했다면 차량에 귀속돼 승계되겠지만, 월 구독이었다면 전 차주가 해지하는 순간 사라집니다. 실제로 FSD가 적용되는 구형 모델의 국내 중고 시세가 들썩였을 만큼, 소프트웨어 권리 하나가 중고찻값을 크게 움직입니다.
문제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가 기계적 상태만 확인할 뿐, 기능이 영구인지 구독인지 적는 칸이 없다는 점입니다. ‘자율주행 풀옵션’이라는 말만 믿고 구매했는데 명의 이전 뒤 기능이 꺼져 있다면, 계약 취소와 손해배상을 둘러싼 소모전이 벌어집니다. 예방책은 계약서입니다. 인수 전 차량에서 기능 활성화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승계 조건과 책임을 특약사항에 적어 두는 것이 사는 쪽과 파는 쪽 모두를 지키는 길입니다.
주행 중 기능이 꺼진 뒤 사고가 났다면
차선을 지켜 주던 주행보조가 구독 만료나 결제 실패, 통신 오류로 예고 없이 꺼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주행보조는 운전자의 감독을 전제로 하므로, 기능이 꺼졌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제조사로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만료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거나, 합리적 경고 없이 주행 중 기능을 차단했다면, 제조물책임 등 제조사 책임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또한 개정 자동차관리법은 제작사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서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하고, 안전한 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임의 변경·설치·삭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구독료를 아끼려 잠긴 기능을 강제로 푸는 ‘사제 코딩’은 법 위반 소지에 보증 거부, 사고 시 보험·책임 공방의 불이익까지 겹치는 일입니다.
운전자가 기억해야 할 부분들
첫째, 신차 계약 전에 어떤 기능이 영구 제공이고 어떤 기능이 구독형인지, 중고로 팔 때 승계되는지 약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중고차를 사고팔 때는 기능 활성화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승계 조건과 책임을 계약서 특약사항에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셋째, 잠긴 기능을 임의로 푸는 사제 코딩에는 손대지 마시기 바랍니다.
넷째, 예고 없는 유료 전환이나 해지 방해를 겪었다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나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를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마치며
구독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달에만 기능을 쓰고, 출고 뒤에도 기능을 더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합니다. 문제는 소비자가 차를 산 것인지 기능을 빌린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이제는 기능별로 영구 구매인지 구독인지, 어디에 귀속되고 양도하면 승계되는지를 한눈에 보여 주는 ‘디지털 옵션 권리명세서’와 같은 제도도 필요합니다. 차는 한 번에 샀지만, 기능은 다달이 빌려 쓰는 시대, 적어도 내가 무엇을 소유했고 무엇을 구독했는지는 분명해야 합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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