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폴 주 에이수스 수석부사장 “AI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풀-스펙트럼 전략으로 시장 차별화할 것”

폴 주 에이수스 수석부사장 / 출처=IT동아
폴 주 에이수스 수석부사장 / 출처=IT동아

[IT동아 강형석 기자]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시장조사기업 델오로 그룹(Dell’Oro Group)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규모가 2030년까지 3조 달러(약 4048조 20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 가운데 AI 가속기 비중이 3분의 1가량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적인 금융기업 골드만삭스는 한발 더 나아가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컴퓨팅과 데이터센터, 전력 부문을 합쳐 약 7조 6000억 달러(약 1경 255조 44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AI 데이터센터 산업은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이 흐름을 뒷받침할 부품 공급은 자금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메모리를 포함한 컴퓨팅 관련 부품은 2027년에서 2028년까지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리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금은 AI 반도체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곧바로 가동할 수 있는 완성형 인프라를 갖춰야 비로소 AI 서비스가 가능해진 시대인 셈이다. 랙 스케일(장비·전력·냉각·네트워크를 하나로 통합한 형태) AI 데이터센터부터 소프트웨어,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AI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을 강화한 에이수스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폴 주(Paul Ju) 에이수스 수석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를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했다. 부지와 전력, 냉각 시스템 없이는 공장을 세울 수 없듯이, AI 서비스가 소비하는 토큰(AI 데이터 단위)을 생산하는 공장 역시 탄탄한 인프라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AI에 올인한 에이수스의 전략은 ‘풀-스펙트럼’

“‘All in on AI(모든 것을 AI에)’는 전체 AI 인프라 수명 주기에 걸쳐 투자하겠다는 우리의 결의이고, ‘AI in All(AI를 모든 곳에)’은 AI가 기업과 산업, 일상 애플리케이션 전반에 깊숙이 스며드는 방향으로 산업이 나아가고 있다는 우리의 믿음입니다.”
폴 주 수석부사장은 에이수스의 AI 전략이 특정 제품 라인이나 특정 고객군에 자원을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클라이언트 기기부터 초고성능 칩까지 AI와 관련된 전 영역에 회사의 역량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 전략을 ‘풀-스펙트럼(Full Spectrum)’이라는 단어로 풀어냈다. 하이엔드 AI 서버뿐 아니라 디자인, 클라이언트 제품군까지 포괄하는 폭넓은 사업 구조를 갖췄다는 뜻이다.
에이수스는 2026년 3월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에서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 기반의 완전 액체냉각 AI 인프라를 공개했다. 그중 랙 스케일 최상위 제품이 바로 ‘에이수스 AI 팟(ASUS AI POD)’이었다. 에이수스 측은 새 플랫폼이 이전 세대 대비 와트당 성능을 최대 10배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전력소모 대비 얼마나 많은 유용한 토큰을 뽑아낼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가운데, 에이수스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폴 주 에이수스 수석부사장 / 출처=IT동아
폴 주 에이수스 수석부사장 / 출처=IT동아
폴 주 수석부사장은 제품 전략 세 가지를 언급했다. 첫 번째는 대규모 추론 영역이다. 베라 루빈 AI 가속장비 혹은 블랙웰 울트라(GB300) 장비 기반 AI POD가 고성능 AI 생성 워크로드를 책임진다. 두 번째는 에이전틱 AI 영역이다. 엔비디아 MGX 포트폴리오와 베라(Vera) 중앙처리장치(CPU)를 결합해 갈수록 다양해지는 기업용 워크로드(작업부하)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은 피지컬 AI 분야다. 에이수스의 AIoT(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및 산업용 장비 PE3000N을 앞세워 로보틱스와 산업 자동화,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현장으로 AI를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소버린 AI(국가기반 인공지능)에 대한 언급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국가마다 AI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각국이 자국의 문화와 규제에 맞는 AI를 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원하고, 어떤 나라는 전력부터 자체 실리콘 칩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에이수스는 국가별 요구 범위에 맞춰 협력 폭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IT 기업과 긴밀한 협력 관계 이어가는 중

“인공지능 생태계는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될 수 없습니다. 에이수스에게 한국 시장은 제품 소비처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이자, 기술 혁신을 함께 도모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심지입니다.”
폴 주 수석부사장은 대한민국 반도체 기업과의 유대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먼저 삼성전자와 맺은 각별한 관계를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삼성의 메모리가 너무나도 절실합니다”라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AI 시대의 중심인 메모리 없이는 시장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뜻을 확실히 전달했다. 이에 에이수스는 안정적인 메모리 조달을 위해 삼성전자와 전략적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신경망 처리장치(NPU)를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퓨리오사AI(Furiosa AI)와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폴 주 수석부사장은 “에이수스는 퓨리오사AI가 자체 개발 중인 2세대 NPU 칩셋의 초기 설계 단계부터 시스템 결합을 위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 주 에이수스 수석부사장 / 출처=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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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버린 AI 개념을 다시 꺼냈다. 각국이 소프트웨어부터 자체 데이터센터, 나아가 자체 실리콘(처리장치)까지 원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이 자체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에 에이수스가 설계 단계부터 발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이수스는 열 엔지니어링과 신호 무결성, 관리 소프트웨어, 파워 디자인, 기계적 설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기술을 수직 계열화했다. 폴 주 수석부사장은 “제조 일부를 외부(OEM)에 맡기는 경쟁사와 달리, 설계에서 제품화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술 수직 계열화가 한국의 유망 반도체 기업과 협업할 때 힘을 발휘한다고 봤다. 재료가 같아도 요리사의 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듯, 같은 부품을 쓰더라도 기업의 통합 설계 역량에 따라 서버의 품질이 갈린다는 이야기다.

하이퍼스케일러가 아닌 네오클라우드 시장 겨냥

클라우드 컴퓨팅과 서버 시장을 이야기할 때 흔히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를 최우선 고객으로 떠올리기 마련이다. 반면 에이수스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폴 주 수석부사장은 초대형 빅테크 기업이 에이수스의 주요 고객군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에이수스는 대형 기업 대신 중소형, 혹은 네오클라우드(AI 학습·추론에 특화된 차세대 클라우드 사업자) 사업자에 화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유는 에이수스의 풀-스펙트럼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자체 엔지니어링 조직이 강력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커스터마이징(자체 조율)할 역량을 갖췄다. 이런 고객사가 원하는 파트너는 폭스콘, 콴타처럼 대규모 단일 제품을 정교하게 찍어내는 순수 제조 전문 기업이다.
폴 주 수석부사장은 델을 예로 들었다. 그는 델을 “매우 훌륭한 회사”라고 평가하면서도, 제품 정의와 설계는 미국 본사가 맡고 전력 설계나 하위 작업은 인벤텍, 위스트론 같은 대만 기업에 위탁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좋은 사업 모델이지만, 에이수스가 걷는 길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에이수스가 겨냥하는 주 고객은 네오클라우드(NeoCloud)와 신규 진입 기업(Newcomer)이다. 이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지을 엔지니어링 역량이 부족하고, 표준화된 제품만으로는 채우기 힘든 맞춤화 작업을 필요로 한다. 에이수스는 사내 인프라 솔루션 그룹(ISG)을 통해 이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설계, 냉각 시스템 구축, 자동화 공정을 통째로 지원한다. 신규 진입 기업이 처음부터 직접 팀을 꾸려 이 모든 과정을 해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에이수스의 경험과 노하우를 빌리면 훨씬 빠르게 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폭스콘 수준의 규모는 아니지만, 몸집 경쟁이 아니라 수직 통합 능력으로 승부하는 구조라는 점을 확실히 짚었다.

반도체 수급난과 수출 컴플라이언스 문제, 유연하게 대응할 것

AI 서버 업계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는 리드타임과 백로그다. 주문을 넣어도 서버가 제때 오지 않는 상황이라 AI 시장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폴 주 수석부사장은 “델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쟁사가 비슷한 백로그를 안고 있으며, 근본 원인은 여러 산업에 걸친 부품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AI 메모리는 이미 선주문이 가득 찬 상태고, TSMC 공장 역시 2027년까지 예약이 완료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 문제가 2027년 이전에는 풀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에이수스는 세 가지 전략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첫 번째는 공급 예측이다. 고객사에 최대한 빠른 발주와 정확한 수요 예측을 요청해 미리 계획을 세우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규제 준수(컴플라이언스)다. 엔비디아 제품에 얽힌 미국 정부 수출 규제 탓에 승인 절차가 지연되는 사례가 잦은 만큼, 고객사가 예상 시점보다 앞서 승인 신청을 넣도록 안내해 병목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제조 유연성이다. 어떤 부품이 언제 확보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생산 공정 자체를 유연하게 구축해 대응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폴 주 에이수스 수석부사장 / 출처=IT동아
폴 주 에이수스 수석부사장 / 출처=IT동아
폴 주 수석부사장은 현재 반도체 상황을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수요가 워낙 탄탄하다 보니 고객사들이 가격보다 납기를 더 중시하게 됐고,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사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진단이다. 그는 장기 파트너십을 맺은 고객사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컴플라이언스 절차조차 낯설어하는 고객사에게는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품 부족이라는 위기를 장기 고객 확보의 기회로 바꾸려는 전략인 셈이다.
시장 과열과 출구 전략에 대한 질문에 그는 급격한 기술 전환기마다 과잉 투자 국면이 뒤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AI라고 예외는 아니라고 인정했다. 다만 에이수스에게 AI 인프라는 단기 하드웨어 사이클이 아니라 시스템 엔지니어링과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걸친 장기 투자인 만큼, 출구 전략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세대 AI는 차세대 인프라 필요, 한국과 함께 성장할 것

폴 주 수석부사장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AI를 실험 단계에서 실질적인 제작 단계로 매우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하며 “한국은 AI 인프라 스택에 필요한 거의 모든 산업에 이미 자체 플레이어를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경우”라고 말했다.
다만 산업의 성장 단계에서 최신 컴퓨팅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시스템 아키텍처, 데이터 요구 사항, 전력과 냉각, 배포 속도, 운영, 미래 확장성까지 하나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에이수스는 한국 AI 산업의 여정을 더 빠르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데서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찾는다고 밝혔다.
에이수스의 역량을 보여준 사례도 있다. 북미에서 직원 8명 규모의 스타트업을 도왔는데, 지금은 상장 기업으로 성장했다. 고객사가 에이수스의 모든 기술을 필요로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필요한 만큼의 기술과 하드웨어만 정확히 짚어 제공하는 유연함이 함께 성장해온 비결이라는 이야기다.
AI 데이터센터 경쟁은 CPU, GPU 등 시스템 자원을 얼마나 많이 쌓아두느냐에서, 보유한 자원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활용하느냐로 옮겨가는 중이다. 여기에 설계와 검증, 배포, 지속적인 확장을 함께 진행하며 고객의 AI 전략을 비즈니스 성과로 이끌겠다는 게 에이수스의 목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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