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스테이블코인 입법 서둘러야···더불어민주당 “9월 발의 목표”

[IT동아 한만혁 기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정책 싱크탱크 MRI가 7월 15일 ‘미국의 디지털자산 패권 전략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 지니어스법(GENIUS Act)과 디지털자산 포괄 법안 클래리티법안(CLARITY Act)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에서는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과 상하원, 금융당국, 주요 디지털자산 기업을 만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단이 현지에서 파악한 미국의 전략을 공유하고,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 입법 과제를 논의했다. 박민규 의원은 “이르면 9월 최종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디지털자산 패권 전략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 현장 / 출처=IT동아
미국의 디지털자산 패권 전략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 현장 / 출처=IT동아

한서희 변호사 “미국,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 확장 도구로 활용”

첫 발표자로 나선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미국 디지털자산 법안 동향과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영향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번 방미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국내 입법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한서희 변호사는 미국의 디지털자산 규제인 지니어스법과 클래리티법안에 대해 설명했다. 지니어스법의 핵심 내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인가 요건, 준비자산 상환권, 이자 지급 금지 등이다. 미국 규제에 부합하는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미국 내 유통도 허용한다. 법은 2025년 7월 통과 및 공포됐으며, 현재 세부 시행규칙을 마련 중이다. 한서희 변호사는 “아무리 늦어져도 2027년 1월에는 법이 시행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지니어스법을 준수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에 유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를 명확히 구분하는 클래리티법안은 아직 상원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윤리 조항, 개발자 보호 조항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서희 변호사는 8월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11월 중간선거 일정과 맞물려 올해 안에 처리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서희 변호사는 이번 방미를 통해 미국의 달러 패권 전략이 디지털자산 산업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어날수록 발행사는 준비자산으로 미국 단기 국채를 매입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국 국채 수요를 뒷받침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은행 접근성이 낮은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어나면, 달러 수요가 더욱 확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24시간 온체인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활용하는 전략까지 병행되면 기존 달러 담보 체계가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돼 스스로를 강화하는 구조를 형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서희 변호사는 “미국이 선제적으로 만든 규제 체계를 풍부한 달러 유동성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 출처=IT동아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 출처=IT동아
미국의 온쇼어링(Onshoring) 전략에도 주목했다. 온쇼어링은 기업 활동을 해외가 아닌 자국에서 수행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한서희 변호사는 “클래리티법안은 규제를 준수하면 편익을, 준수하지 않으면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방식”이라며 “이는 유동성과 사업자, 개발자를 미국 규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온쇼어링 전략의 일환”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서희 변호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2027년이 되면 지니어스법 준수 스테이블코인을 무역대금이나 정산대금 등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한국은 아직 관련 법이 제정되지 않아 대비가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주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써 필요하며, 유동성 축적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다른 국가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준비하는 지금 시점에 선제적으로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토큰증권, 결제 등 실사용처를 대규모로 확보하고, 통제와 설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한국형 온쇼어링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서희 변호사의 의견이다. 국내 인가 사업자에게 적극적인 편입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로 유출된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의 수요를 국내로 회귀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을 향해서는 준비자산 수탁 관리와 디지털자산 수탁업 준비 상황, 무역대금으로 유입되는 스테이블코인을 외국환 거래 취급 기관으로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적 준비 상황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 출처=IT동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 출처=IT동아

민병덕·박민규 의원 “디지털자산 입법 연내 통과 추진”

민병덕 의원은 미국이 달러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빠르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니어스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연방법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클래리티법안을 통해서는 감독기관의 역할, 발행자와 거래플랫폼, 수탁기관, 고객자산 보호 체계까지 하나의 제도 안에 담아내려 한다는 설명이다. 민병덕 의원은 “이는 단순한 디지털자산 규제 정비가 아니라 금융 질서를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라며 “지급결제, 국채시장, 자본시장, 국경 간 정산, 산업정책을 하나의 금융 인프라로 묶어내며 거대한 디지털 달러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민병덕 의원은 우리나라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구축된 결제망이 표준이 되고, 표준이 된 결제망이 데이터와 수수료, 산업 주도권까지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어야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으며, 이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금융 주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민병덕 의원은 “현재 미국에서 200여 개의 스테이블코인이 준비 중인데, 한국의 논의 속도는 매우 더디다”라며 “기술은 있는데 규칙이 늦고 수요는 있는데 인프라가 늦어지면 결국 기회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 출처=IT동아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 출처=IT동아
박민규 의원은 클래리티법안의 8월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이 늦었다고 위축되지 말고 디지털자산 규제부터 신속히 수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논의하는 안들이 비교적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조속히 확정하고 스테이블코인 관련 특별법, 추가법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와 정책위 의장 발표,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당내 일정이 잡혀 있어 최종 법안 발의 시점은 이르면 9월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민규 의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여름까지가 정부와 여당이 자신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 기간 안에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포함한 관련 입법, 시행령 제정, 민간 업체와의 협력 등 정부 행정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기회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연내 통과를 전제로 한다. 이것이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은 미국이 지니어스법과 클래리티법안을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달러 패권 확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조속한 입법 필요성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이르면 9월에 발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야 협의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실제 처리 시점은 유동적일 수 있다. 디지털자산이 차세대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국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한국도 논의 단계를 넘어 입법과 실행에 속도를 내야 할 시기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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