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이륜차 주정차 단속 논란…“처벌보다 주차공간과 현실적 기준 먼저”
2026년 09월 01일
[IT동아 김동진 기자] 이륜차 불법 주정차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현장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차공간은 부족한데 처벌부터 강화한다는 지적이 배달노동자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회와 청와대에서도 이륜차 주차 인프라 확충과 배달 업무 특성을 반영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잇따라 제기됐다. 위험한 불법 주정차는 엄격히 단속하되, 이륜차 사용자가 실제로 법을 지킬 수 있는 주차 공간과 현실적인 정차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IT 동아] 이륜차 주정차 단속 논란…“처벌보다 주차공간과 현실적 기준 먼저” 1 출처=엔바토엘리먼츠](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9/1/3ab562131c134d3d-thumbnail-1920x1080-70.jpg)
경찰청, 이륜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 기준 신설 추진
경찰청은 지난 6월 19일 이륜자동차 등의 불법 주정차 과태료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나온 배경은 제도적 공백이다. 도로교통법상 이륜차도 주정차 금지 규정을 적용받지만, 차량 소유자 등에게 부과하는 과태료 기준을 정한 시행령 별표에는 이륜차의 불법 주정차 과태료 금액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경찰청은 이를 보완해 기존 범칙금과 같은 수준의 과태료 기준을 신설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개정안에는 일반지역의 이륜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3만원으로 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안전표지가 설치된 소방시설 주변과 노인·장애인보호구역은 6만원, 어린이보호구역은 9만원이다. 같은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위반하면, 각 금액에 1만원을 가중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행 시행령에 빠져 있던 이륜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 금액 기준이 새로 마련된다.
이륜차 주차 공간은 충분한가?
과태료 도입과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은 이륜차 주차 인프라다.
현행법에 이륜차 주차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3조는 이륜자동차 전용 주차구획의 규격을 폭 1m 이상, 길이 2.3m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이 규정이 모든 공영·민간주차장에 이륜차 전용 주차구획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다. 법정 규격이 마련돼 있는 것과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공급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일부 주차시설에서는 차단기나 번호판 인식 시스템, 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이륜차 이용이 제한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이륜차를 불법 주차하지 말라’는 규제와 함께 ‘그렇다면 어디에 세울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배달용 이륜차는 일반적인 장시간 주차와 이용 형태가 다르다. 음식점에서 물품을 받은 뒤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상업지역 곳곳에 짧은 시간 반복적으로 정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T 동아] 이륜차 주정차 단속 논란…“처벌보다 주차공간과 현실적 기준 먼저” 2 출처=엔바토엘리먼츠](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9/1/52cc005a68d24dba-thumbnail-1920x1080-70.jpg)
배달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법 주정차를 허용할 수는 없지만, 모든 단시간 정차를 장기 불법주차와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면, 현장에서는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상업지역에 별도의 이륜차 주차공간이나 승하차 공간이 없다면, 배달 기사는 매번 먼 주차장을 찾아야 하고, 그만큼 이동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단속 포기가 아니라, 위험도가 높은 장소와 일반적인 주차 수요를 구분하는 동시에 충분한 주차공간 확보의 병행이다.
국회서 픽업존·단기 정차 유예 등 논의…청와대도 현장 특성 반영한 제도 보완 주문
논란이 커지자, 이륜차 주정차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8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이륜차 주정차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강일·김남근·민병덕·박정현·박주민·염태영 의원과 라이더유니온, 대한이륜자동차실사용자협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이 참여했다.
간담회에서는 이륜차 전용 주차공간 확충과 함께 배달 전용 픽업존, 단기 정차 유예 등 현장 특성을 고려한 대안이 제시됐다.
특히 이강일 의원은 소상공인과 배달 라이더의 생업이 걸린 문제인 만큼, 단속과 과태료 부과에 앞서 픽업존 설치와 단기 정차 유예제 등 인프라와 제도적 완충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논의됐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8월 1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찰청의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이후 4000 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접수된 의견에는 주차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채 처벌부터 강화한다는 지적과 단시간 주정차가 불가피한 배달업무의 특성, 생계형 운전자의 경제적 부담을 살펴야 한다는 요구가 포함됐다.
경찰청이 8월 14일 실시한 배달노동자 간담회에서도 이륜차 주차공간 확보와 단속 유예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식 실장은 불법 주정차 단속에만 치중할 경우, 배달노동자의 생계와 현장 고충을 외면하는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경찰청에 현장 의견을 반영한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불법 주정차 단속 자체를 철회하자는 의미라기보다, 주차 인프라와 배달업무의 특성을 함께 고려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이륜차 전용 주차공간부터 늘려야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는 이륜차 이용이 집중되는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에 전용 주차구획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행 주차장법 시행규칙상 일반형 자동차 주차구획은 평행주차 외 방식 기준 폭 2.5m 이상, 길이 5m 이상이다. 이륜차 전용 주차구획은 폭 1m 이상, 길이 2.3m 이상이다. 공간 여건에 따라 기존 공영주차장의 일부를 이륜차용으로 전환하거나, 별도의 구획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반드시 무료로 운영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적정한 주차료를 부과하는 대신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배달 수요가 집중되는 음식점 밀집지역에는 일정 시간 동안 물품을 싣고 내릴 수 있는 픽업존이나 단시간 정차구역을 두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대신 장시간 점유하거나 보행로를 침범하는 경우에는 단속하는 식으로 기준을 나눌 필요도 있다. 거주지역에서도 실제 수요를 조사해 이륜차 전용면을 마련하거나, 기존 주차공간 일부를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륜차 이용자에게 예외를 주자는 것이 아닌, 법을 지키면서 차량을 세울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를 마련하자는 취지의 대안들이다.
위험한 주차는 단속하고, 주차 수요에는 공간으로 대응해야
이번 개정안은 이륜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 기준이 없었던 제도적 공백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과태료 기준을 마련하는 것만으로 이륜차 주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소방시설 주변과 횡단보도, 버스정류장, 어린이보호구역, 점자블록 등 보행과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장소는 차량 종류와 관계없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동시에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에는 실제 이륜차 이용량과 주차 수요에 맞는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이륜차 전용 주차구획의 법정 규격은 이미 마련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제 수요를 파악하고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자체별 이륜차 이용 현황과 주차 수요, 배달 이동이 집중되는 지역 등을 조사해 공영주차장과 도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이륜차 전용 주차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단속부터 한다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다. 어떻게 단속할 것인지 구체성도 없다”며 “우리나라는 이륜차를 활용한 배달문화가 가장 활성화된 국가 중 하나이므로, 무작정 단속하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이륜차와 관련한 미비한 시설과 제도를 살피고 보완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구체적인 내용이나 첨부파일은 아래 [IT 동아] 사이트의 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