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AI 전환’ 생각은 크게, 시작은 작게”…베스핀글로벌 CAIO가 말하는 AX 전략

[IT동아 김동진 기자] 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AI 도입과 고도화 추진이 빠르게 진행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단순히 거대언어모델(LLM)이나 챗봇을 붙인다고 곧바로 업무 혁신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무 기준과 데이터 구조, 책임 체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AI를 도입하면, 오히려 조직에 혼선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선호 베스핀글로벌 최고AI책임자 / 출처=IT동아
한선호 베스핀글로벌 최고AI책임자 / 출처=IT동아

한선호 베스핀글로벌 최고AI책임자(CAIO)는 AI 전환의 핵심을 “기술 도입이 아니라 업무 구조 재설계”라고 설명한다. IBM에서 왓슨 기반 AI 사업을 이끌고, AI 스타트업 코그넷나인을 거쳐 베스핀글로벌에 합류한 그는 현재 AI·데이터 전략과 헬프나우(HelpNow) 기반 AI 전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한선호 CAIO가 강조하는 AX(AI Transformation) 전략의 핵심은 “Think Big, Start Small, Scale Fast”다. 전사 관점에서 큰 그림을 보되, 시작은 작고 구체적인 업무에서 해야 하며, 검증된 성과는 빠르게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많은 기업이 AI 도입의 첫 단계부터 방향을 잘못 잡는다고 지적한다.
한선호 CAIO는 “남들도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만으로는 실제 업무 혁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AI를 어디에 적용할지, 어떤 성과를 기대하는지, 현업 사용자가 어떤 불편을 겪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정리가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스핀글로벌이 ‘저니 투 AI(Journey to AI)’ 방법론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의 업무 구조를 먼저 분석하고, AI 적용 가능성이 높은 영역을 선별한 뒤 현업 인터뷰와 워크숍을 통해 실제 업무 흐름을 재설계하는 방식이다. 이후 투자 대비 효과와 구현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우선 선정해 6주~8주 안에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한다. 베스핀글로벌이 다수 공공기관과 유수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배경이 바로 저니 투 AI 방법론이다.
베스핀글로벌의 저니 투 AI / 출처=베스핀글로벌
베스핀글로벌의 저니 투 AI / 출처=베스핀글로벌
한선호 CAIO는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된 AI는 결국 현업이 쓰지 않는 시스템이 된다”며 “AI는 사용자의 일을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초기 단계부터 현업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험 심사부터 공공 행정까지…‘사람 대체’보다 업무 흐름 재설계
베스핀글로벌의 저니 투 AI 대표 사례로, KB라이프 보험 인수 심사 AI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출처=베스핀글로벌
출처=베스핀글로벌
KB라이프는 새로운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건강보험성 상품과 특약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존 인력 중심 심사 체계만으로 업무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었다.
이에 KB라이프는 베스핀글로벌과 함께 ‘심사 QnA’ 서비스를 구축했다. 심사 담당자가 약관과 상품 설명서, 내부 기준을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AI가 필요한 정보를 맥락과 함께 제공하는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단순 검색이 아니라 판단 근거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한선호 CAIO는 “AI가 사람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고숙련 심사자가 반복 검색과 확인 업무에서 벗어나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하도록 만든 것”이라며 “상품 수가 늘어날 때마다 인력을 계속 확대하는 대신 AI가 반복 업무를 흡수해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로 조직의 효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전트형 AI의 또 다른 핵심 가치로 ‘사일로 연결’을 꼽았다.
한선호 CAIO는 “기업 업무는 상담, 접수, 검토, 승인 등 단계별로 나뉘어 있고, 각 조직과 시스템이 분절된 경우가 많다. 이 상태에서 AI를 도입하더라도 같은 정보를 반복 입력하거나, 다시 확인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AI가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로 정리하고 필요한 문서를 추출해 다음 단계로 넘길 수 있다면, 조직은 분절된 기능 단위가 아니라 업무 전반의 흐름을 아우르는 방식로 움직일 수 있다. 어디에 AI를 적용할 것이며,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정제했는지 미리 파악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공공 분야 역시 주요 AI 적용 영역으로 꼽힌다. 공공기관은 민원 접수와 분류, 답변 초안 작성, 담당 부서 연계, 처리 이력 관리 등 반복적이면서도 책임성이 높은 업무 비중이 크다. 특히 법령과 지침, 내부 규정에 따라 유사한 업무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AI 기반 업무 지원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 민원 챗봇을 넘어 실제 업무 흐름에 직접 개입하는 ‘공공 AI 2.0’ 논의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공공 영역에서 AI 활용은 민간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행정 판단은 국민 권리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선호 CAIO는 “민원 분류나 규정 추천, 처리 경로 제안, 문서 초안 작성 같은 반복 업무는 AI가 맡을 수 있지만, 승인·반려·제재처럼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최종 판단은 아직까지 사람의 책임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 AI가 최종 판단까지 나아가기 위해 ‘감사 가능한 자동화(Auditable Automation)’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AI가 어떤 데이터를 참고했고, 어떤 규정을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했는지 추적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에이전트가 업무 프로세스 안에서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영 단계에서는 실제 데이터와 다양한 예외 상황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개선 체계도 함께 필요하다. 베스핀글로벌은 에이전트별 권한과 역할 범위를 제한하고, 업무 단계별 실행 로그를 남기는 방식으로 책임 추적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프로젝트는 도입으로 끝나는 사업 아니라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할 운영 체계”
한선호 CAIO는 많은 AI 프로젝트가 PoC(개념검증) 이후 실제 운영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로 데이터 구조와 운영 체계를 꼽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정형·비정형 데이터와 레거시 시스템, 보안 요건, 예외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선호 베스핀글로벌 최고AI책임자 / 출처=IT동아
한선호 베스핀글로벌 최고AI책임자 / 출처=IT동아
그는 “AI 모델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데이터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운영 체계를 설계하느냐”라며 “사용자가 무엇을 물을지 고려한 유스케이스(Use case) 중심 데이터 설계가 필요하다. AI 프로젝트는 기존 IT 구축 사업처럼 ‘완료’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AI는 새로운 데이터와 경험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운영 과정에서 지속적인 개선과 검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AI는 비용 절감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고부가가치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라며 “AI 전환의 성패는 모델의 크기보다 업무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했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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