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자동차와 法]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를 둘러싼 오해와 현실, 책임의 경계
2026년 05월 08일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IT 동아] [자동차와 法]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를 둘러싼 오해와 현실, 책임의 경계 1 출처=엔바토엘리먼츠](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5/8/cd2007bdcca94d15-thumbnail-1920x1080-70.jpg)
교통사고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나면 무조건 실형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운전자들 사이에 다소 과장된 통념이 형성되어 있는 듯합니다.
숫자가 말하는 현실
운전자들의 걱정과 현실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2024년 한 국회의원실이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 시행 후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의 약 3년간 1심 형사재판 판결문 373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실형(징역) 5.9%, 집행유예 41.2%, 벌금형 42.4%, 무죄가 5.1%로 집계됐습니다. 입법 당시 공포감과 달리, 실형 비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무죄 판결도 19건이나 나왔습니다.
그러나 사고 자체는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는 927건으로 2011년 이후 가장 많았고, 사망자 수는 1명이었지만 부상자도 1013명에 달했습니다.
![[IT 동아] [자동차와 法]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를 둘러싼 오해와 현실, 책임의 경계 2 출처=경찰청 통계자료](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5/8/339a4937d97747e9-thumbnail-1920x1080-70.jpg)
처벌이 강화됐는데도 사고가 늘었다는 사실은, 법이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운전자 책임의 경계 0.7초
블랙박스가 보편화된 요즘,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형사재판에는 하나의 기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공주(空走)시간’입니다.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밟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공주시간이라고 하는데, 그 시간은 통상 0.7초에서 1초 사이입니다.
그 사이 이동한 거리를 공주거리라 하는데, 어린이 보호구역의 제한속도인 시속 30km로 진행하는 차량의 공주거리는 5.8m에서 8.3m 사이입니다. 따라서 어린이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부터 충돌까지의 시간과 거리가 이보다 짧다면, 운전자는 물리적으로 사고를 피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전주지방법원 2020고합171 판결,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2020노207판결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시속 28.8km로 주행하던 운전자가 반대편 정차 차량 뒤에서 갑자기 도로로 뛰어든 10세 어린이와 충돌한 사안에서 재판부는 어린이를 인식한 후 충돌까지 약 0.7초에 불과했고, 차량 측면에 충격이 발생한 점을 근거로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21고합75 판결에서도 유사한 무죄 판결이 이어졌습니다. 인도에서 술래잡기를 하던 어린이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든 사건에서 재판부는 영상 분석상 어린이 출현부터 충돌까지 시간이 0.5초~0.6초였다는 점을 들어, 전방 주시를 충실히 했어도 사고를 피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가 도로로 갑자기 뛰어나왔더라도 하교시간대, 초등학교 앞 주정차 차량이 늘어선 좁은 도로라면 운전자는 그 자체로 돌발생황을 예상해야 합니다. 시야가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면, 더 서행운전해야 합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제한속도는 그 자체가 면제부가 아닌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수원고등법원 2023노627, 부산지방법원 2022고합32, 수원지방법원여주지원 2025고합71, 춘천지방법원 2024고합128 판결 등).
보호자 책임의 문제
어린이보호구역 사고에서 자주 빠지는 논점이 보호자 책임입니다.
도로교통법 제11조는 보호자에게도 명시적 의무를 부과합니다. 교통이 빈번한 도로에서 어린이를 놀게 해서는 안 되며, 6세 미만 영유아를 혼자 보행하게 해서도 안 됩니다. 민법 제755조도 감독의무자의 책임을 규정합니다. 이러한 규정들은 손해배상 단계에서 이른바 ‘피해자 측 과실’로 평가돼 과실상계의 근거가 됩니다(부산지방법원 2014가단252289,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나39439 판결 등).
마치며
어린이 보호구역은 분명 운전자에게 무거운 주의의무가 부과되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블랙박스와 CCTV 영상과 같은 객관성을 담보하는 디지털 증거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교통사고 후 대비책입니다. 이에 앞서 운전자의 철저한 안전 운전의식과 보호자의 어린이들에 대한 보호감독이라는 사고 전의 대비책으로 운전자와 어린이가 함께 안전한 도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IT 동아] [자동차와 法]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를 둘러싼 오해와 현실, 책임의 경계 3 36caf7c9a08b43ee thumbnail 1920x1080 70](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5/8/36caf7c9a08b43ee-thumbnail-1920x1080-70.jpg)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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